[대한경제=박흥순 기자] 이재명 정부가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를 근절하겠다며 언급한 ‘3대 안전 정책’이 시행도 전에 현장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정부 출범 초기라는 ‘골든타임’을 활용해 건설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포부지만, 정작 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건설업계의 반응은 기대보다 우려가 훨씬 크다.
정책의 이상과 현장의 현실 간 괴리가 커, 자칫 실효성은 거두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17일 관련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의 건설업 사고 감축 방안은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관리 △안전보건공시제 △적정임금제 등 이른바 ‘쓰리트랙’ 전략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원청이 직접 챙기고, 기업의 안전 투자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근로자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해 산업의 질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중대재해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소 건설현장에서는 인력·예산·전문성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대기업 수준의 의무만 부과하는 것은 “사고를 막으라는 게 아니라 범법자를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온다.
비판의 배경에는 처벌 강화 위주의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사고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핵심 논란 중 하나가 과도한 처벌과 결과책임주의적 성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예방보다 책임 추궁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새로운 규제 강화는 현장의 자발적인 안전 개선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최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또 다른 규제를 더하는 모양새여서 반발이 더욱 거세다. 법규 준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의 유죄 판결이 속출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실제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라며 “지금처럼 처벌과 결과 책임만 따지는 분위기에서 새로운 규제만 더하는 것은 현장의 방어적 태도와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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