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앞두고
道公 해외사업 성과에 관심 쏠려
2.1조 튀르키예 고속道 운영 참여
좌초 위기서 금융약정 이끌어내
유럽 건설시장 확장 교두보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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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8일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카스~바삭세히르 도로투자사업’의 금융약정식 모습. / 사진=도로공사 제공.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기획재정부가 오는 20일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의 해외사업 실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공은 지난해 유럽에 최초로 진출함과 동시에 국내 SOC(사회간접자본 형성에 기여) 공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 민관협력 투자개발형(PPP) 사업을 수주하며 해외 인프라 개발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총사업비 2조1000억원 규모의 ‘튀르키예 나카스~바삭세히르 구간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에 운영기관으로 참여해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 등과 함께 약 6000억원 규모의 신규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창업 및 경제 활성화’ 지표를 도입해 민간기업 동반 해외진출 성과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도공의 지난해 성과가 우수등급 획득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나카스∼바삭세히르 구간은 길이 31.3km, 4∼8차로로 설계됐다.
이스탄불 북부를 통과하는 마르마라 고속도로(NMH)의 마지막 8번째 구간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간선축으로 손꼽힌다.
이 사업은 2년 4개월 간 건설공사를 마치고 15년 6개월 간 민간이 운영한 뒤 튀르키예 정부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담당하고, 도공은 완공 후 고속도로 운영 및 유지관리를 책임진다.
이 사업은 지난 2021년 4월 실시협약 체결 이후 난항에 빠졌다.
사업 초기 삼성물산과 튀르키예 최대 건설사 ‘르네상스’가 공동으로 사업을 이끌었지만, 운영관리 실적과 전문성 부족으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슬람개발은행 등 대주단의 금융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했다.
자금 조달이 멈추면서 사업 전체가 좌초 위기에 놓였고, 내부에서도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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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북부 마르마라 고속도로(NMH) 모습. / 사진=튀르키예 현지매체 ‘데일리사바(Daily Sabah)’. |
국면을 전환시킨 전환점은 도공의 합류였다.
도공은 전국 4000km가 넘는 국가 단위 고속도로망을 통합 관리해온 역량과 함께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등에서 확보한 해외 운영 실적을 기반으로 대주단 설득에 나섰다.
도공이 지닌 차별화된 경쟁력은 대주단의 리스크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국제은행 측의 금융 약정 승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도공은 기술적 참여를 넘어 사업 구조의 안정성 확보에도 역할을 했다.
함진규 사장은 지난해 9월 글로벌 인프라 협력회의에 발주처인 튀르키예 도로청장을 초청해 일대일 면담과 교통관제센터 견학을 진행했고, 운영관리 체계를 실증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5개 건설ㆍ설계사, 4개 정책투자기관이 참여하는 협력 플랫폼을 직접 주도하는 한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글로벌 플랜트ㆍ건설ㆍ스마트시티(PIS) 펀드 등과 ‘건설ㆍ운영ㆍ자금 역량’의 최적 조합을 갖춘 ‘원팀코리아’를 내세워 통합 제안의 실효성과 신뢰도 역시 확보했다.
튀르키예 나카스~바샥세히르 사업은 글로벌 금융 전문 매체인 런던 PFI(Project Finance International)가 주관한 ‘2024 PFI 어워드’에서 인프라 부문 최우수상인 ‘글로벌 인프라 딜 오브 더 이어(Global Infra Deal of the Year)’로 선정되며, 국제적으로도 사업성과와 구조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도공은 이 사업을 유럽시장 확장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총사업비 1조9000억원 규모의 크날르~말카라 고속도로 사업을 후속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KIND, 공공정책 PIS펀드와 공동 참여하는 구조로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운영기관이 단순히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부터 금융 구조 설계와 사업 신뢰도 확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공기업이 전면에 나서 해외사업의 전략적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유사 사업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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