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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해외 거장’ 영입경쟁…건축산업 생태계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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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19 11:00:39   폰트크기 변경      

건설사들 세계적 건축가와 협업

고급ㆍ차별화로 조합원 표심공략


국내 주거ㆍ생활문화 이해도 부족

비용에 비해 효용 떨어진단 지적도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 사진=연합.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재건축ㆍ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둘러싼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서 해외 유명 설계사와의 협업이 일종의 ‘필승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합원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차별화 수단으로 세계적 건축가를 기용하는 가운데 국내 건축계에선 이같은 흐름이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David Chipperfield Architects)’와 손잡고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2023년)을 수상한 인물로, 독일 신(新)베를린박물관, 상하이 웨스트번드 미술관, BBC 스코틀랜드 본사 등 설계로 이름을 알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세계적 건축 거장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와 손잡고 압구정 2구역 시공권 수주에 도전한다. 노만 포스터는 프리츠커상(1999), AIA(미국건축가협회) 골드메달, RIBA(영국왕립건축가협회) 로열 골드메달 등 건축계 최고 영예를 모두 석권한 건축가다.

포스코이앤씨는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에서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UNStudio)’의 벤 반 베르켈과 외관ㆍ조경 디자인을, 대우건설은 개포우성 7차 재건축 사업에 프랑스의 장 미셸 빌모트와 설계를 함께하며 경쟁력을 높인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ㆍ7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한 현대건설은 미국의 글로벌 건축 그룹 SMDP와 단지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한남 4구역에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계를 맡은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도 협업한 바 있다.

이처럼 해외 유명 설계사들의 참여가 늘고 있는 배경에는 조합원 총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득표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축설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투표에서 세계적 건축가의 이름이 거론되면 단번에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며 “고급화, 차별화 전략으로 자산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해외 설계사의 설계비는 국내 업체보다 1.5~2배가량 높지만, 조합원들은 이를 미래 가치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적 인센티브도 ‘해외 설계사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ㆍ건축 디자인 혁신사업’을 통해 디자인 특화 건축물에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건축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해외 의존이 자칫 국내 산업 생태계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견 건축사사무소 A사 임원은 “해외 설계사는 지역의 생활문화와 맥락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내 주거 수요에 대한 이해도는 결국 국내 건축사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중소 건축사사무소 B사 임원은 “한국은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가 보편화돼 선호하는 평면이나 구조가 해외와 차이를 보인다”며 “결국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국내 건축사들이 모든 기술적 검토와 수정 작업을 도맡아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데 반해 실질적 효용이 적다”고 전했다.


중견 건축사사무소 C사 대표는 “해외 유명 건축가들은 각국의 민간 프로젝트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지금의 명성을 쌓게된 것”이라며 “국내 건축가들이 자국 민간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행정적 혜택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 참여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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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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