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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한국철강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조달청이 오는 9월 중순부터 관수 철근의 구매방식을 MAS(다수공급자계약) 체제로 전환한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프로젝트별 경쟁입찰을 통해 구매한다는 취지다. 1995년 이후 지난 30년간 장기 납품 체제에 익숙했던 제강업계는 불만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지역 소규모 공공공사를 수행하는 중소 건설사들은 자재 공급 안정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조달청은 올해 하반기 달라지는 물품구매분야 제도를 안내하며, 관수 철근의 구매 방식을 기존 희망수량경쟁입찰에서 MAS로 전환하고, 9월 중순부터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한 계약 체결을 개시한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9개 제강사가 2012년부터 희망수량경쟁입찰 제도를 악용해 회사별 낙찰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까지 협의한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조달청은 레미콘ㆍ아스콘처럼 철근에도 MAS를 도입해 사업 건별 경쟁체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조달청은 이미 지난 2월 MAS로 전환 방침을 제강업계에 공지했고, 이번 주부터 종합쇼핑몰에 등록할 제강사를 대상으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1개사가 심사를 신청했으며, 7월 중에는 심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MAS 체제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관수 철급 공급사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한국철강 등 10여개사로 제한된다. 조달청이 MAS 입찰참가자격으로 ‘공급사 독점공급 확약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기대와 달리, 종합유통사에 대한 관수 철근 시장 진입 장벽은 이번에도 유지됐다.
조달청이 관수 철근에 대한 MAS 도입에 시동을 걸며 제강업계는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다. 관수 철근 입찰 담합 건으로 초래된 제도 변화이긴 하지만, 철근은 레미콘ㆍ아스콘과 달리 공급 제조사가 많지 않은 일부 업체의 독과점 시장이기 때문에 MAS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과거에는 2년 단위 장기 납품계약이었기 때문에 생산량 예측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사업 별로 경쟁을 해야 해 판매량 및 이익률을 담보하기 어렵다”라며,“특히 개별 공사마다 견적을 제출하고 계약 절차를 반복해야 해 수익성도 낮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입찰 행정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라고 토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제강업계에서는 “관수 철근 시장을 폐지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체 철근 시장의 약 10%에 불과한 물량 정도면 민간 유통시장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이 같은 제강업계의 주장에 수요기관과 건설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경기 침체기에 철근 유통가격(SD400 기준)이 t당 67만원까지 떨어진 가운데도, 조달청은 여전히 t당 86만원에 구매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강사가 자체 설정한 건설향 기준가격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수요기관 관계자는“대형 발주기관이 아닌 지방 학교 공사 등 소규모 현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철근을 조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수 철근 시장은 반드시 유지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소 건설사 대표 역시“이번에 조달청이 MAS 구매 품목에 내진철근을 추가했기 때문에 이형철근 공급 안정성이 상당히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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