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오랜 인지도보다 젊은 소비자와의 공감력이 브랜드 가치 평가의 핵심이 되면서 전통적인 유통ㆍ생활소비재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대폭 떨어졌다. 가성비로 무장한 다이소, ‘불닭’브랜드로 황제주에 등극한 삼양식품의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19일 인터브랜드가 최근 발표한 ‘2025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조사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가치가 1조687억원으로 2024년(1조3493억원) 대비 20.8% 하락했다. 상위 50개 브랜드 중 13개가 전년보다 가치가 떨어졌는데 아모레퍼시픽은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브랜드 순위는 26위로 전년(21위) 대비 다섯 계단 내려왔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브랜드 가치는 1조2945억원으로 전년(1조5619억원) 대비 17.1% 하락하며 19위에서 21위로 떨어졌다. 2021년 14위까지 오른 후 계속 하락세다.
두 회사는 중국 중심으로 해외 사업이 커지며 브랜드 가치도 동반 상승했지만, 부메랑을 맞은 탓이 크다. 중국 시장을 이끈 대표 브랜드 ‘설화수’와 ‘후’는 여전히 한국 화장품 수출 상위 10개 제품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영향력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펜데믹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10∼20대 고객들이 한국의 인디브랜드를 선호하는 흐름에도 올라타지 못했다.
이마트는 브랜드 순위가 전년보다 떨어진 16개사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이마트는 35위에서 41위로 6계단 미끄러졌다. 동시에 브랜드 가치는 2024년 6244억원에서 2025년 5592억원으로 10.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에서 쿠팡이 브랜드 가치(2조9818억원, 9.3%↑)가 급등하며 상위 10위에 안착한 것과 대비된다. 이마트의 순위 하락은 오프라인 중심 유통 구조의 한계를 의미한다. 대형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 분야에서 경쟁력은 강화했지만, 온라인 전환이 지연되면서 전반적인 브랜드 활력을 떨어뜨린 결과다.
GS리테일도 브랜드 가치(6214억원)가 4.9% 감소하며 34위에서 36위로 내려왔다. 편의점 경쟁사인 BGF리테일(6006억원, 38위)과 격차는 4계단에서 2계단으로 좁혀졌다. GS리테일의 브랜드 가치가 감소한 데는 편의점 업계 내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는데 한계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온ㆍ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사업 전략을 펴면서도 양쪽에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를 선점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넷플릭스의 공식 협력사이면서도 지난해 최대 화제작인 ‘흑백요리사’에는 BGF리테일의 CU가 등장했고 밤티라미수 등 방송 화제 메뉴도 뒤늦게 내놨다.
식품사 중 50위에 든 3개사 중 오리온만 순위가 떨어졌다. 오리온의 브랜드 가치는 4010억원으로 6.3% 하락하며 47위에서 49위로 밀렸다. 올해 처음 베스트 브랜드 50위 내에 이름을 올린 삼양식품(4169억원, 47위)에 뒤쳐진 평가를 받았다. 오리온은 일찍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더 많은 소비자에게 노출되는데 상대적으로 투자가 빈약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는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업, 브랜드와 경쟁에서 밀리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새롭게 부상하는 지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브랜드와 소비자의 정서적, 문화적 연결 정도가 중요해지고 있어 스토리텔링을 강화해 Z세대와 소통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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