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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파죽지세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강남3구, 마용성을 넘어 노도강까지 전역이 ‘불장’을 보이면서다. 특히 상승률이 문재인 정부 당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면서 데자뷔를 연출하고 있다.
만성적인 공급난과 스트레스 DSR 3단계 등 강화하는 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막차에 편승하려는 수요가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란 기대심리까지 겹치면서 집값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부동산원이 19일 공개한 6월 셋째 주(지난 1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6% 오르며 상승 폭이 더 커졌다. 2018년 9월(0.45%) 이래 약 6년 9개월(352주) 만에 최대 오름 폭이다.
구별로 보면 역시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중심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구가 0.75%로 전주보다 0.24%p 올랐고, 지난 주 서울 최고치였던 송파구(0.71%)는 0.7%로 소폭 내려갔지만 평균보다 두 배 가까운 상승률을 유지했다. 서초구(0.65%)와 강동구(0.69%)도 각각 0.2%p, 0.19%p 높아졌다.
강남은 압구정ㆍ대치동 재건축 추진 단지, 서초는 잠원ㆍ서초동, 송파는 신천ㆍ잠실동, 강동구는 명일ㆍ암사동 대단지 위주로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강남 대부분이 호가에서 2억∼3억원씩 올려 상승 거래가 체결되는 가운데, 대치동에선 최근 3개월 새 17억원 가까이 오른 곳도 나타났다.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는 지난 16일 61억8000만원에 직전 거래가 대비 3000만원 오르며 신고가를 갱신했고, 이곳은 3개월 간 9건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평균 44억원 수준이었다.
인근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강남에서는 매물은 줄고 호가는 오르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며 “호가를 올려도 계좌가 안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송파구는 엘리트(엘츠ㆍ리센츠ㆍ트리지움) 등 잠실 대장주에선 저층도 계좌를 받기가 어려운 분위기로 송파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파크리오, 헬리오시티도 중대형으로 매수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아파트 매매가도 지난 주에 이어 상승 폭을 높이며 괄목한 만한 오름세가 계속됐다. 마포와 용산이 각각 0.66%, 0.61%로 각각 0.21%p, 0.18%p 상승한 가운데, 성동구(0.76%)는 0.29%p 오르며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광진구(0.42%), 양천구(0.38%), 영등포구(0.33%)도 지난 주보다 0.25%p, 0.07%p, 0.12%p씩 확대했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격 오름 폭이 적었던 종로구(0.26%), 성북구(0.16%), 은평구(0.14%), 강서구(0.14%), 노원구(0.12%), 구로구(0.09%)도 지난 주에 이어 보폭을 넓히며 상승세가 이어졌다.
부동산원은 “서울은 재건축 추진 단지와 대단지 등 선호 지역 중심으로 매도 희망가격이 상승하고 매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상승 거래 사례가 포착되는 등 전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 전부터 집값이 들썩이는 조짐은 있었지만 수요가 비교적 적은 ‘저층이라도 사자’는, 이른바 패닉 바잉이 재현하는 데는, 공급 부족에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 내달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 등이 맞물리며 매수 심리를 지속 자극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리서치팀장)은 “수요자 관점에서 보면 분양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계속 오르고, 공급은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없는 데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으로 주거비 부담도 커지면서 더 이상 ‘대기’할 명분이 많이 약화했다”며 “급해진 마음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윤 수석연구원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부추기는 다주택자 중과세 등 세제 개편을 하지 않으면 서울 집값 상승세는 공급 정책으로도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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