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노하우로 물류 등 네트워크 구축
美 이어 아시아 지역 진출도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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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올 북촌 와이레스 매장 모습./사진=코리아테크 |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화장품만 잘 만들면 될 줄 알았다.
멀티밤 ‘가히(KAHI)’로 글로벌 히트를 친 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사진)는 오히려 가히로 성공한 뒤 화장품 유통의 한계점을 느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판매해도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히는 뷰티 시장에 ‘바르는 멀티밤’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제품이다. 출시 1년 반 만에 1000만개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대표는 “가히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까 고민하다 만든 제품”이라며 “새로운 수요 덕분에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지만, 가히를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판매하면서 플랫폼에 기댈 수밖에 없단 걸 알았다”고 회상했다. 플랫폼 유통비와 광고·마케팅비 등 판촉비 때문에 품질을 포기하거나 적정 가격으로 타협하는 브랜드를 목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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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잘 만들었지만 알려지지 않아 시장에서 사장되는 제품을 보며 스스로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바로 와이레스(YLESS)다.
와이레스는 중소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북촌에 플래그십 매장을 연 지 반 년이 지났다. 그동안 제품 수(SKU)는 개점 초기 1000여개에서 현재 2000여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매출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초기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다. 현재 주중에는 평균 1200명, 주말에는 2000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더 커지기도 했다.
와이레스의 철학은 단순하다. ‘브랜드가 품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비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제품을 개발할 때 가격에 맞추는 게 아니라 거꾸로 제품을 개발한 뒤 브랜드사와 함께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아방쥔의 ‘윈터 까멜리아 세럼’이다. 고가 제품의 성능을 따라한 듀프 제품으로, 오리지널 제품의 10분의 1 가격에 선보여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다른 유통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제품도 있다. 입술을 도톰하게 만들어주는 플럼퍼와 강력한 발색의 하이라이터 등이다. 이 대표는 “와이레스 입점 기준은 품질을 낮추는 조건과 타협하지 않는 브랜드”라며 “새로운 성분·제형이나 아이디어를 보유한 브랜드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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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올 북촌 와이레스 매장 모습./사진=코리아테크 |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한 건 이 대표가 가히를 만들면서 쌓은 물류·제조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와이레스를 선보이기 전부터 해외 물류 네트워크에 대해 고민했고, 시간과 비용을 가장 많이 투자한 부문 중 하나”라며 “해외 물류 파트너와 자체 물류 인프라를 직접 설계해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가히를 통해 쌓은 ODM(제조업자개발생산)사와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와이레스는 테무·쉬인 등 중국 플랫폼 배송을 담당했던 물류 전문가와 함께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에 이어 아시아 지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뷰티월드 재팬’ 박람회에 참가해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 반응을 확인했다. 그는 “일본도 명품 화장품을 선호하지만 소비가 위축되면서 듀프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K뷰티에 대한 신뢰가 깊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요도 많아 앱 외에도 오프라인 매장 출점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국가도 겨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동남아는 젊은 소비자 비중이 높고 K뷰티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베트남을 우선 순위로 올 하반기 중 동남아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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