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호 기자]5대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1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코스피지수도 3000선을 넘어서면서 신용대출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논의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3조9937억원 불었다.
하루 평균 약 2102억원씩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3105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이달 말까지 6조3000억원 정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월간 증가 규모도 역대 최대였던 작년 8월(+9조6259억원) 이후 최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나머지 기간 각 은행의 가계대출 규제 정도나 분기 말 대출 채권 매·상각 등의 변수가 남아 있다.
일단 이달 하루평균 증가액과 전체 월 예상 증가 폭은 작년 7월(하루 2312억원·월 7조1660억원)에 근접한 상태다. 지표 기준으로 현재 상황이 지난해 8월 사상 최대 영끌 열풍이 불기 직전과 비슷하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이 596조6471억원으로, 5월 말(593조6616억원)과 비교해 19일 사이 2조9855억원 늘었다. 월말까지 4조7000억원 이상 불어 5월 증가 폭(+4조231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도 103조3145억원에서 104조4027억원으로 1조882억원 증가했다. 이미 하루 평균 증가액(573억원)이 5월(265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월말까지 1조7755억원 불어날 전망이다. 이는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무려 약 4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은행권 신용대출 급증에는 주택 거래자금뿐 아니라 증시 투자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일부 은행은 이미 수요 억제 조치에 들어갔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다른 은행에서 ‘갈아타기’로 넘어오는 대면·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막기로 했고, 앞서 18일에는 우대금리 조건을 까다롭게 바꿨다. SC제일은행은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줄였다. 만기가 축소되면 DSR 계산식에 따라 결국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가계대출 집행의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접수 최근 추이로 미뤄,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실행돼도 영끌이 급격히 줄어들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면 금융당국은 1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막고 결국 무주택자에게만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구입) 차단을 명분으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임대인 변경) 전세대출까지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가계대출 증가는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모두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가 주택가격·가계대출만 띄울 가능성을 우려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월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급증했다”며 “결국, 정부의 수도권 부동산 공급안이 나와야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2press@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