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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란 공습 관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사진: 연합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에 대한 직접 공습을 단행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이어 미국까지 중동 분쟁에 직접 개입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핵 시설 심장부인 포르도를 비롯해 나탄즈, 이스파한 등 3개 핵시설 공격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직접 개입으로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등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정유ㆍ석유화학업계다. 중동 지역이 세계 원유 생산량의 31%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처인 만큼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13일 배럴당 74.23달러에서 20일 76.84달러로 올랐으며, 브렌트유 역시 같은 기간 74.23달러에서 77.01달러로 급등했다. 국내에서도 서울 휘발유 가격이 21일 리터당 1721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우려는 더욱 크다. 원유에서 정제되는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급증하는 가운데, 전방산업 부진까지 겹치면서 실적 개선 전망이 어두워졌다. 업계는 제품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 마진 압박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에 달한다.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해운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GPS 교란으로 추정되는 유조선 충돌 사고가 발생해 안전 우려가 커졌다. 국내 선사들은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직접 기착하지는 않지만 해협 봉쇄에 대비한 우회 노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임 상승이 매출 확대에 기여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유가와 보험료 등 비용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리스크는 건설업계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현지 파견 직원들을 제3국으로 대피시키는 조치가 시작됐다. 한 건설사는 실무자급 직원 1명을 이란 공습 이후 긴급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너지 시설 타격에 따른 비용 상승과 UAEㆍ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국 방위비 증가로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이나 취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항공업계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 대한항공은 2023년 10월 홍해 사태 이후 텔아비브 노선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항공유 가격 상승에 따른 운항비 부담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종합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에너지, 무역, 공급망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란의 반격 가능성 등을 고려, 산업계와 상시 점검 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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