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돌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뭔가 ‘힐링(healing)’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은 유한한 삶에서 늘 무한의 자유를 꿈꾸잖아요. 사회 제도와 대인관계 속에서 억눌린 감정과 욕망을 해소하고 싶은 현대인의 내면을 사진과 그림으로 풀어냈어요”(김태협)
“거실 창 밖의 모과나무 꽃과 집안 곳곳에 놓여 있던 모과 열매가 겹쳐 보이던 옛 기억을 형상화했어요. 그런 장면들은 시간과 공간,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상상의 공간으로 다가왔거든요. 현대인의 작은 희망과 행복을 현대적 도예기법으로 은유했습니다.”(정하진)
흑백과 컬러풀한 작품을 화면에 담아온 화가 겸 사진작가 김태협과 신예 도예작가 정하진 씨에게 미술은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샹그릴라(이상향)’ 같은 것이다.
김태협의 '구경꾼' 사진=노화랑 제공 |
탄탄한 화력을 갖춘 젊은 현대미술가 두 명이 오는 2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시작해 29일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미술장터 ‘화랑미술제 in 수원’에 노화랑의 대표 선수로 참가해 마음껏 기량을 과시한다.
노화랑이 ‘두 개의 시선’이란 타이틀을 붙여 이번 행사에 한국적인 미감을 서로 다른 기법으로 표현한 그림과 사진, 도예작품 30여점을 펼쳐보인다. 두 작가는 서양화와 도예에 뿌리를 두고 뜨거운 실험정신을 펼쳐 보이지만 작업에선 각기 다른 조형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젊은 작가의 기발한 미학적 프리즘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지난해 행사에서 강렬하고 컬러풀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김태협 씨는 이번 전시에 흑백 대비가 돋보이는 그림과 회화적 상상력을 응축한 사진 작품을 함께 풀어놓는다.
먼저 종이 위에 검은색 과슈만을 이용해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를 가진 인물을 표현한 그림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풀어냈다. 관람객들은 만화같은 이색적인 그림을 보며 자신을 대입하고, 미묘한 감정적 해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 특유의 과감하면서도 디테일한 구성과 완성도가 돋보인다.
김태협의 '웨이포인트' 사진=노화랑 제공 |
게임 ‘슈퍼마리오’ 속 파이프를 차용한 사진 작업 ‘웨이포인트’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평면 픽셀의 파이프를 제작한 뒤 일상 풍경에 배치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이 이채롭다. 작가는 “장소 간 이동, 기억의 중첩, 디지털 시대의 유머 감각을 조형언어로 풀어낸 이 사진 작품을 통해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다양한 조형언어의 유희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정하진의 '공존' 사진=노화랑 제공 |
정하진 씨의 럭셔리한 도예작품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장씨는 신작 ‘공존 시리즈(Coexistence Series)’ 시리즈 20여점을 내보인다.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한 모과 꽃과 열매에서 축출한 여러 이미지를 도예 작업으로 재구성해 일상의 흔적을 추적한 작품들이다. 정제된 원형과 드라마틱한 형태의 조형미를 드러내며 관람객과의 소통을 끌어낼 예정이다. 밀도 높은 완성도와 감각적인 조형성은 유리와 도예를 전공한 작가 특유의 미적 감각이 엿보인다.
노세환 노화랑 대표는 “매년 주목할 만한 작가를 선정해 이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데, 작품마다 개성이 도드라지면서 완성도가 높다”며 “독특한 예술성과 미감을 두루 갖춘 신진 작가와 컬렉터를 직접 연결하는 실질적인 접점을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미술장터 ‘화랑미술제 인 수원’은 서울에 집중된 미술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수원을 비롯한 경기 지역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시작된 행사다.
올해 행사에는 협회 소속 104개 갤러리가 참여해 미술품을 전시·판매한다. 부대 행사로 무료 야외 재즈 공연, 와인 페스티벌, 갤러리 나이트 등이 진행된다. 어린이 대상 미술 프로그램인 키즈 아트 살롱도 운영된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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