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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봉쇄’ 초읽기?…글로벌시장 동반 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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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3 17:03:28   폰트크기 변경      
최종 결정 하메네이 손에…‘발등에 불’ 美, 중국에 ‘중재’ 요청도

서울 시내 주유소 / 사진 : 연합뉴스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의 여파로 국제 사회의 혼돈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란이 보복 조치 중 하나로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이자 교역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에스마일 쿠사리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의회는 미국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결정했다”며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정권교체’ 위협을 받고 있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결정만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가장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사실상 ‘참전국’이 된 미국이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아야 한다”며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SOS’를 쳤다. 그는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베이징이 이란에 전화할 것을 권한다”며 “왜냐하면 그들은 석유를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길이는 약 160㎞, 좁은 곳은 폭이 약 50㎞ 정도에 그치지만 페르시아만을 대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다. 지리적 특성상 이란이 봉쇄작전을 펼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수심이 비교적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돼 있는데, 이런 대형선박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하는 만큼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액화천연가스(LNG)도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특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대부분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ㆍ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했다.

얕은 수심 때문에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기뢰 공격에 취약할 수 있으며, 이란 해안선에 근접해 있어 미사일 공격이나 소형 순찰정, 헬기 공격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1980년대 이란ㆍ이라크 전쟁 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이곳의 통항이 위협받았던 적이 있지만 전면 봉쇄로 이어진 적은 없다. 2010년대 초반 미국 등 서방의 대이란 제재 때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나왔지만 현실화되진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미국의 공습 참전은 과거와 양상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해협 봉쇄 위험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위기감을 반영하듯 국제 원유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23일(한국시간) 오후 3시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0.46% 오른 73.84달러를 기록했다.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약 열흘 사이 10% 가까이 치솟았다.

특히 미국발 관세전쟁과 정세 불안이 맞물려 국제사회의 동반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최악의 경우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올해 말 미국 물가상승률은 6%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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