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납북 피해자 가족 모임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등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나선 상황에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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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걸린 대북전단 살포 금지 현수막/ 사진: 연합뉴스 |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한국전쟁 75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경기 동두천시 벨기에ㆍ룩셈부르크 참전 기념탑에서 참배한 뒤 “어제 정부 고위급으로부터 위로 차원의 연락을 받았고 식사 등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눴다”며 “약속한 대로 피해 가족들과 논의한 후 대북전단 살포 중단 여부를 결정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와 통화한 정부 고위 인사는 김남중 통일부 차관으로 확인됐다. 통일부는 이날 “김 차관이 전날 최 대표와 통화해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하고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단체와 개인을 법령 위반 여부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하며 통일부 등 관련 부처ㆍ기관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후 최 대표 등은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 가족 할머니들에게 밥 한 끼를 사며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면 전단 발송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납북자가족모임은 내부 논의를 거쳐 집회 신고 기간인 다음 달 10일 전까지 대북전단 살포 중단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들은 실제로 조만간 ‘중단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현 정부 인사들은 누구보다 납북자 문제를 잘 이해하고, 과거에도 많은 도움을 줬던 분들”이라며 “이번 정부가 남북 대화를 통해 납북 피해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할 기회를 꼭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요 접경지역에 경찰력 배치를 늘려 전단 살포를 사전 차단하는 동시에 처벌ㆍ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우선 정부는 이미 위헌 결정을 받은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의 대체 입법이 광복절 전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해당 단체들을 고발하는 동시에 전단 살포를 단속하고 나섰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에 나섰고, 개정안은 야당이던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국회를 통과해 2021년 3월 시행됐다.
개정 법은 누구든지 북한 지역으로 전단 등을 살포해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023년 9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대북전단 금지법의 효력은 중단됐다.
헌재 결정 이후 국회에는 대북전단을 차단하되 위헌 소지를 없애는 취지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10여 건이 발의됐다. 대부분 대북전단 살포를 신고제로 운영하거나, 처벌 수위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단 살포 가능성이 있는 주요 접경지역에 지역경찰은 물론 기동대까지 배치하는 한편, 전단 살포에 대한 처벌ㆍ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안전법 등 관련 법률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행법으로는 대북전단을 매단 풍선이 2㎏ 이상이어야 처벌할 수 있는 만큼 무게 기준을 낮추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경찰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관련해 지난해 5월부터 전날까지 72건을 수사해 그 중 13건(4명)을 송치했고, 23건은 입건 전 수사나 수사 중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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