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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요금에 희비 엇갈린 공공기관 경영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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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7 06:00:20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재현 기자]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1년 중 가장 긴장하는 순간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표가 나오는 때다. 주무부처 주관도 아닌 이 한 장의 평가표가 이들 운영을 좌우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매년 시행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 성과를 종합적으로 따져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 미흡(E) 등 6개 등급으로 매긴다.

등급은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다. 기관장과 임직원의 운명이 달렸다. C등급 아래로는 성과급이 끊기고, 2년 연속 D등급이나 E등급을 받으면 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이 된다.

그만큼 공공기관들은 1년 내내 평가를 위해 일하고, 결과가 나오자마자 곧장 다음해 대비 태세에 들어간다. 경영평가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은 이제 일상이 됐다.

올해 경영평가 성적을 두고 이상기류가 포착된다. 일부 공기업이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공요금에 따라 기관 평가의 희비가 엇갈려서다.

한국전력은 전 정부에서 2년 반 동안 7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한 결과, 2015년 이후 9년 만에 A등급을 받았다.

남동ㆍ남부ㆍ동서발전 등 자회사들도 일제히 A등급을 기록했다. 가스요금이 오른 한국가스공사도 지난해 D등급에서 B등급으로 뛰었다.

정부는 자구노력과 요금 정상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요금 인상이 없었다면 같은 평가를 받았을지는 회의적 시선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다. 코레일은 최근 4년간 DㆍE등급을 전전하다 올해 간신히 C등급에 올랐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별다른 기쁨도, 안도도 없다.

적자가 구조화된 상황에서 요금 인상 없이 경영 개선만으로 평가 등급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명확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코레일의 누적부채는 21조원에 달하고 연간 이자비용만 4130억원이다. 수명을 다한 KTX-1 교체 비용만도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원래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경영 능력, 지속 가능성, 사회적 역할을 종합적으로 따지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경영평가 점수 중 재무지표의 비중이 가장 높다. 또 일부 계량 지표는 에너지 공기업보다 SOC 공기업에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 즉 요금인상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돼 등급이 오른다면 경영평가의 취지도, 형평성도 모두 훼손된다.

요금 인상은 기관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정치적 사안이다. 그런데도 마치 기관의 책임인 양 등급을 낮게 매기고, 책임을 묻는 건 바꿔야 한다.

공공기관의 평가제도는 단순한 경영 성과뿐 아니라, 구조적 한계와 정책 결정 구조까지 포괄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공공서비스는 이윤보다 공공성이 우선이다. 지금처럼 ‘요금’에 휘둘리는 경영평가를 조속히 개편해야 한다. 기재부가 주관하는 경영평가는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고 주무부처가 평가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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