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식품ㆍ외식업계가 플랫폼 수수료 부담 탓에 자사 애플리케이션(이하 자사앱)을 키우고 있지만, 성과는 미진하다. 천만명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플랫폼과 달리 사용자 규모가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쳐 끊임없이 할인, 이벤트 공세를 펼쳐야 하는 실정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ㆍ프랜차이즈업계가 자사앱을 새롭게 선보이고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고 나섰다.
SPC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 공식 자사앱 ‘배라앱’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동안 SPC 계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해피오더’앱에서 배달과 픽업 주문을 통합 진행했다. 이 중 자체앱을 별도 운영하는 브랜드는 파리바게뜨에 이어 배스킨라빈스가 두 번째다. 배라앱에는 기본 배달과 픽업 주문 기능과 매장에서 주문할 수 있는 모바일 오더 기능도 적용했다.
BHC치킨은 다음 달 자사앱에 ‘뿌리오더’를 적용한다. 원하는 시간에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서 포장된 음식을 가져가는 서비스다. 맥도날드도 최근 자체 배달앱을 새로 선보였다. 식품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자사몰 ‘CJ더마켓’에 인공지능(AI) 추천 서비스를 적용하며 새로 단장했다.
식품ㆍ외식업계가 자체 앱과 쇼핑몰을 키우는 데는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 부담이 갈수록 커져서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주문액의 평균 25% 이상을 배달 플랫폼에 중개수수료, 배달비 등으로 지출한다. 배달 플랫폼 안에서 각종 프랜차이즈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매달 본사가 부담하는 할인 행사를 이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식품업계 역시 쿠팡, 네이버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하면 매출은 늘지만,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점과 판매 수수료 등 부담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플랫폼이 자체 기획한 시기별 할인행사에도 의지와 상관없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 행사비 부담 탓에 참여하지 않으면 해당 기간에는 플랫폼 내 노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고객 구매 정보를 쌓을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한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배달,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면 매출 규모는 커지는데 고객 유형, 유입 경로,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결제하기까지 걸린 기간과 같이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서 중요한 구매 여정 정보를 하나도 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자사앱 키우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실정이다. 사용자를 확보하려면 마케팅 투자가 필요하고 고객 이용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서다.
bhc는 2월 자사앱을 리뉴얼한 후 4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했는데, 지난달‘무한도전 Run with 쿠팡플레이’공식 스폰서로 참여한 효과가 컸다. 배달 플랫폼에 집행하던 광고ㆍ마케팅 비용을 쿠팡플레이로 옮긴 것뿐이다. 도미노피자는 게임, 프로야구 등 20∼30대 고객이 즐기는 콘텐츠와 연계한 할인ㆍ굿즈 증정 행사를 연중 쉬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플랫폼과 자사앱 사이에서 비용 부담이 커졌는데도 실효성은 크지 않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체의 매출 구성에서 배달 플랫폼(48.8%), 매장(43.3%)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자사앱에서 포장 주문 후 매장에 방문해 가져가는 경우를 포함하더라도 자사앱 비중은 미미하다는 의미다. 모바일인덱스가 식품ㆍ외식앱 월간 활성 이용자를 집계한 결과 가장 사용자가 많은 버거킹이 300만명을 겨우 넘겼다. 50만명을 채우지 못한 앱이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 배달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부 식품 기업은 자사몰에서 쇼핑 기능을 최소화하고 브랜드 스토리, 제품 포트폴리오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재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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