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취득일, 상속개시 시점 기준”
지분면적 90㎡ 이상, 1인 1분양 판결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내 토지가 권리산정 기준일 이전에 상속된 경우 기준 면적 이상 토지를 소유한 상속인들은 등기 시점과 관계없이 독립된 분양대상자로 인정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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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 등 4명이 서울 은평구의 B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원지위 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정비구역 내 토지를 갖고 있던 C씨가 1980년 세상을 떠난 이후 해당 토지는 자녀 6명에게 상속됐다. C씨 자녀들은 2005년 5월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거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후 각자 지분을 A씨 등에게 매도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씨 등은 자신들이 각자 단독 분양대상자에 해당한다며 아파트 분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B조합이 A씨 등을 모두 ‘1인의 분양대상자’로 보고 아파트 1채만 분양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인가를 받자 A씨 등은 소송에 나섰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 상속인들이 조례에서 정한 권리산정 기준일이 지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각자 단독 분양대상자가 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도시정비법은 같은 세대에 속하지 않는 2명 이상이 1주택이나 1토지를 공유한 경우 1주택만 공급하되, 조례로 특별히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옛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는 1주택 또는 1토지를 여러 명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 여러 명의 분양신청자를 ‘1인의 분양신청자’로 보도록 규정했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다만 권리산정 기준일인 2003년 12월30일 이전부터 공유지분으로 소유한 토지의 지분 면적이 90㎡ 이상인 자는 단독 분양대상자에 해당된다는 예외를 뒀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상속에 의한 부동산 물권 취득이 개입된 경우에도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도시정비조례에 따라 등기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소유권 취득시점을 판정함이 타당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정비사업에서는 외부에 공시되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권리관계를 일률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반면 2심은 “C씨 자녀들에게 지분 쪼개기를 통해 분양주택 수를 늘리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경우까지 권리산정 기준일 전에 상속등기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분양하는 것은 오히려 재산권을 침해하고 형평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심은 기준일 전부터 90㎡ 이상의 지분면적을 소유한 C씨 자녀로부터 지분을 양수한 A씨 등 2명은 각자 단독 분양대상자에 해당된다고 봤다. 다만 90㎡에 못 미치는 지분을 소유한 C씨 자녀로부터 지분을 양수한 나머지 2명은 단독 분양대상자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권리산정 기준일 이전에 피상속인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됐다면, 상속인은 등기 여부와 무관하게 기준일 전부터 그 지분면적을 ‘소유’한 자에 해당한다”며 “상속 토지 중 지분면적 90㎡ 이상을 소유하게 된 상속인은 상속을 원인으로 한 등기가 기준일 이후에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독립된 1인의 분양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공동상속인들이 ‘지분 쪼개기’ 목적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제도를 악용할 경우 그에 기초한 분양신청은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 것이 된다”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사업시행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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