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생산기준 맞춘 ODMㆍOEM 공장
250억 투입...月 210만개 생산체제
정식가동 전 고객사 10여곳과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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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선진뷰티사이언스 장항공장 내 OTCM 신공장 모습./사진=선진뷰티사이언스 |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혈압약 만드는 라인에 아스피린이 섞이면 안 되죠. 일반의약품(OTC, Over-The-Counter) 규정을 따르는 화장품도 마찬가지입니다.”(이성호 선진뷰티사이언스 대표)
1일 찾은 충남 서천군 장항읍 선진뷰티사이언스의 OTC 전용 공장인 'OTCM(OTC Manufacturing Master)' 안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폐쇄형 라인을 따라 원료가 교차오염 없이 흘러가고, 폐수는 자체 정화해 처리된다. 시설마다 필터를 설치해 외부 공기 유입을 막고, 모든 과정은 허가받은 사람만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에 기록된다.
화장품 소재 기업 선진뷰티사이언스가 기존 장항공장에 OTC 전문 ODM(제조업자설계생산)·OEM(주문자위탁생산) 시설을 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생산 기준에 맞춰 설계한 신공장이다. 국내에 OTC 화장품 생산만을 위해 공장을 지은 건 선진뷰티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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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뷰티사이언스 OTCM 신공장 내부에서 기기들이 움직이고 있다./사진=오진주 기자 |
미국은 자외선차단제와 비듬 샴푸 등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화장품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 FDA가 관리·감독하고 있다. 꼭 선케어 제품이 아니라 파운데이션과 립 제품에도 자외선차단 기능이 들어가면 OTC 규정에 따라 관리 받아야 한다.
미국은 지난 2023년 말에는 화장품규제현대화법(MoCRA)를 발효하며 FDA의 화장품 관리 권한을 더 강화했다. MoCRA의 핵심은 수출하는 화장품의 제조 시설과 제품을 FDA에 등록하고, 제조사가 안정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FDA가 불시에 시설을 점검할 수도 있다.
지난해 올리브영을 방문한 미국 고객이 구입한 상품 중 선케어 제품이 매출 상위 10개 품목 중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미국은 한국 뷰티 기업에게 큰 손님이 됐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게 습관이 안 됐던 미국인들에게 피부암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정부 주도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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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뷰티사이언스 OTCM 신공장에서 연구원이 연구개발(R&D)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오진주 기자 |
이에 선진뷰티는 OTC 전용 공장을 만드는 길을 택했다. 물론 다른 ODM·OEM사도 OTC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OTC 전용 공장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대량의 일반화장품 수출 물량을 찍어내기도 바쁜 상황에서 OTC 제품만을 위한 공장을 짓는 건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뷰티는 미국을 중심으로 화장품 수출 규정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기존 공장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FDA의 실사를 통과해온 만큼 OTC 전용 공장에 대한 자신도 있었다. 이 대표는 “OTCM은 단계별 개발이 아닌 각 단계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생산 일정을 줄였다”며 “단계를 병행하기 때문에 한 단계라도 잘못되면 모두 멈춰야 하는 리스크가 있지만, FDA가 요구하는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한 OTCM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OTC 전용 시설이 중요한 건 미국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규제가 까다로운 만큼 일부 유럽과 동남아 국가도 미국의 기준을 참고하고 있다. 선진뷰티는 국내 뷰티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FDA 실사를 무결점(MAI)으로 통과한 기업이다. 이번 OTCM 조성에만 250억원을 투입했다.
OTCM에서는 월 210만개의 정품을 생산할 수 있다. 지하1층~지상4층, 연면적 약 6280㎡(1900평) 규모의 공장은 제조부터 충진·포장 시설까지 마련했다. 생산인력 2명당 1명의 품질관리(QC) 인력도 갖췄다. 선진뷰티는 올해 하반기 OTCM 공장에서만 3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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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충남 서천군 선진뷰티사이언스 장항공장에서 열린 OTCM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성호 선진뷰티사이언스 대표(앞줄 왼쪽에서 일곱번째)와 김기웅 서천군수(오른쪽에서 여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선진뷰티사이언스 |
선진뷰티는 이 공장에서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를 대상으로 OTC 컨설팅까지 함께 진행한다. 정식 가동하기 전인 지난달부터 해외 고객사를 포함한 10여곳과 이미 계약을 마쳤다. 미국의 '글로브인어보틀'과 싱가포르의 '올라이온' 등이다. 이날 기공식 현장에도 해외 고객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뷰티 브랜드 ‘아이레시피’를 선보인 선진뷰티는 이제 OTC 전용공장을 업고 원료부터 브랜드까지 이어지는 K뷰티의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잘 만들기만 한 화장품이 아니라 깐깐한 수출 규제를 넘는 화장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OTCM으로 고객사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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