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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How] 건축ㆍ아트ㆍ녹차의 '美친 조화'...화장품에 예술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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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3 06:55:10   폰트크기 변경      
[Why] 문화의 본질을 묻다

APMA

아름다움 의미 묻는 플랫폼 지향

조선백자부터 팝아트까지 1만점

백자 달항아리 닮은 사옥에 위치


오설록 티뮤지엄

제주 녹차 품은 국내 첫 茶 박물관

차향ㆍ명상 결합해 브랜드 가치 강화

茶 문화 연구로 동양적 정체성 확립


달항아리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서울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모습./사진=아모레퍼시픽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아름다움은 내가 영원히 추구해 나갈 삶의 목적이자 이유다.”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장원(粧源) 서성환 선대회장(1924~2023년)의 철학은 그저 화려한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그의 고민은 오늘날 미술관부터 녹차밭까지 아모레퍼시픽이 펼치고 있는 문화사업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 '아름다움'을 묻는 플랫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지하에 자리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은 대기업이 하나쯤 갖고 있는 전형적인 미술관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공간을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아름다움의 의미’를 다시 묻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미술관은 선대회장이 공예품과 도자기를 수집하면서 출발했다. 1979년 태평양박물관으로 시작해 2009년 APMA로 이름을 바꿨다. 2018년 지금 용산 본사에 자리잡으며 새롭게 문을 열었다.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이라고 해서 예쁜 그림만 있을 것이라는 편견은 깨진다. 초기에는 여성과 관련된 회화나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뤘지만, 수집 범위가 넓어지며 조선백자부터 팝아트까지 70여년의 역사를 아우르는 작품 1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사옥 1층에는 세계 각국의 미술관과 박물관 전시 도록을 열람할 수 있는 전시 도록 라이브러리(apLAP)도 있다.

전시회를 관통하는 주제는 ‘미(美)’다. 이전까지 피부가 하얗고 코가 오똑한 서구의 미가 아름다움의 기준이었다면, 아모레퍼시픽은 과연 그게 '당신의 미가 맞는지' 질문을 던진다.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이르는 한국의 병풍을 통해 전통미술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기도 하고, 현대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가 인류와 문명에 대한 통찰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빛을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메리 코스는 한국에선 처음으로 APMA에서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층을 비워 만든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루프가든 모습./사진=아모레퍼시픽

그중에서도 용산 사옥은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구현한 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옥을 통해 화려한 기교 없이도 절제된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다른 도심 속 빌딩처럼 건물을 수직으로 높이지 않고 하나의 커다란 볼륨을 가진 간결한 형태를 구상했다. 이 모습은 마치 백자 달항아리를 떠올리게 한다.

사옥의 백미는 루프 가든이다. 5~6층을 비운 공간에 정원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건물 안 어떤 공간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오피스 공간은 각각의 특색에 맞춰 이름을 지었다. 열린 회의 공간인 ‘장영실’과 아이디어를 모으는 ‘혜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집현당’, 논쟁을 하는 ‘화쟁’은 직원들이 아름다움에 대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녹차밭을 가꾸고 있는 고(故)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 모습./사진=아모레퍼시픽

◆ 녹차는 '사유의 식물'
제주도 서귀포 지역 3곳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운영 중인 녹차밭 약 330만5800㎡(100만평)가 펼쳐져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 녹차밭은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이 한라산 인근 돌밭을 개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미국에는 커피가 있고, 영국에는 홍차가 있는데 우리는 내세울 차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고 서 회장이 녹차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직원들은 그를 뜯어 말렸다. 하지만 그는 녹차밭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재창조하는 일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선대회장이 직접 가꾼 녹차밭은 2001년 국내 최초의 차 전문 박물관인 오설록 티뮤지엄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전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제주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

오설록 티뮤지엄은 브랜드 체험 이상의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각과 후각으로 차를 마시며 명상하는 시간을 통해 고객들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길 바란다.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내 차 숙성 공간인 '티스톤 셀러' 모습./사진=아모레퍼시픽

최근에는 티뮤지엄 내 차 숙성 공간인 ‘티스톤’을 새단장했다. 먹과 벼루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의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꾸몄다. 티스톤 셀러의 어두운 공간에서 풍기는 나무의 향과 차의 온기는 차가 숙성되는 인고의 시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산 정약용처럼 다인(茶人)으로 알려진 인물 외에도 유명하지 않은 인물들의 차 관련 문헌을 모아 연구하는 '차 문화 천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신적 유산인 차 문화를 지속해서 잇겠다는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을 파는 기업을 넘어 아름다움에 대한 담론을 주도하는 문화 기업이 되고 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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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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