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권위자’ 한재권 한양대 교수
국회 AI 포럼 세미나서 주제발표
인프라 구축ㆍ수요 창출 지원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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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AI 포럼’ 세미나에서 한재권 한양대 교수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글로벌 개발 현황 및 산업화 전망’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계풍 기자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0.7%의 출산율로 말하면 국민들이 알아들을까요? 숫자로 말해야죠. 저는 1975년에 태어났는데 그때는 100만명이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25만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타노스가 손가락을 두 번 튕긴 셈이죠.”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겸 에이로봇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AI 포럼’ 휴머노이드 로봇 발표에서 한국의 인구절벽 상황을 마블 영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속 악역에 빗대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45년이 되면 25만명이 100만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며 “모든 연금, 모든 사회 구조가 다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 교수는 이 위기가 오히려 한국 로봇 산업에는 절호의 기회라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사람이 줄면 일할 사람도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절벽은 재앙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만약 우리가 로봇을 통해 노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는 재앙이 아니라 기회”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전환점을 맞이한 건 지난 1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피지컬 AI’ 발표 이후부터다.
한 교수는 “수십 년간 로봇 연구에 매진해도 명확한 방향이 보이지 않았는데 엔비디아가 AI를 로보틱스에,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 어떻게 적용할지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연구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방법은 ‘가상현실(VR) 기반의 모방 학습’이다. 사람이 VR 헤드셋을 쓰고 로봇의 시점에서 작업을 수행하면, 행동 데이터를 로봇이 학습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시뮬레이터를 통한 ‘데이터 증폭’이다. 실제 작업 한 번을 VR로 기록하면, 시뮬레이터에서 수십만 가지 상황으로 확장해 로봇을 훈련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이 기술을 지난 3월부터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한 교수가 몸담고 있는 에이로봇도 활용 중이다.
물론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나 중국의 공격적 투자에 비하면 한국은 여전히 후발주자라는 평가다. 하지만 한 교수는 한국만의 독특한 경쟁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기술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 현장의 풍부한 ‘행동 데이터’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국내 로봇 생태계의 진화도 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고 있다.
한 교수는 “지난 4월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에는 현재 1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현대차ㆍ기아 등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공에 타이어, 변속기 등 생태계의 역할이 컸던 것처럼,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도 반도체, 배터리, 액추에이터(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핵심 부품)등 필요한 생태계가 모두 갖춰져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2030년을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마감 시한으로 잡았다. 이 때까지‘인프라 구축’과 ‘수요 창출’을 목표로 정부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정부가 직접 휴머노이드 로봇 학습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데이터센터와 필요 전력, 에너지까지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기자동차 보조금처럼 로봇 수요를 창출할만한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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