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vs 필립모리스, ‘반값 할인’ 마케팅 총력전
5조원대 시장 놓고 신제품도 50% 할인…“과도한 가격 경쟁” 우려도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와 한국필립모리스(PMI)의 점유율 경쟁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화되고 있다. 양사 간 시장점유율 격차가 1%p에 불과한 가운데 ‘반값 할인’까지 동원한 마케팅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달 출시한 신제품 ‘릴 솔리드 EZ’를 네이버 스토어 릴 공식스토어에서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신제품을 반값에 내놓는 것은 이례적이다.
![]() |
릴 솔리드 EZ / 사진: KT&G 제공 |
기존 제품인 릴 하이브리드 3.0(28% 할인), 릴 에이블 2.0(39% 할인)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할인율이다. 소모품 가격도 내렸다. 5월부터 릴 솔리드 전용스틱 핏(Fiit) 8종의 가격을 기존 4500원에서 4300원으로 200원 인하했다.
필립모리스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아이코스 일루마 기존 모델을 9만9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3만원이나 인하했다.
신제품 일루마 원 시리즈는 KT&G 릴 시리즈와 동일한 5만9000원대로 출시하면서 최대 2만원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양사가 총력전을 벌이는 배경에는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KT&G와 필립모리스가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KT&G 46%, 필립모리스 45%로 KT&G가 1%p 앞서고 있다. 올해 5월 국내 편의점 결제 단말기(POS) 매출 기준으로는 필립모리스 ‘아이코스’가 45.8%, KT&G ‘릴’이 45.2%를 기록했다.
![]() |
아이코스 일루마 i 원 / 사진: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
필립모리스는 2017년 아이코스 출시 이후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왔지만 2022년 KT&G에 1위 자리를 내준 후 탈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반면 KT&G는 후발주자로 시작해 1위까지 올랐지만 다시 추격당하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전자담배 시장의 급성장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대한금연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약 65억 개비였던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23년 약 120억 개비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통 궐련 판매량은 640억 개비에서 620억 개비로 4.2%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2028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약 5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선택권과 가격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가격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p 차이의 미세한 균형 속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기술 혁신, 브랜드 차별화, 유통망 확대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