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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연소 26세ㆍ해외 건축사…“K-건설 꿈 펼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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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4 12:19:39   폰트크기 변경      
올해 첫 건축사 시험 합격자 5人5色

617명 최종합격…합격률 8.1%

한혜진, “중목구조 설계 발전 일익”

나현, 현장 병행…3과목 합격


김재성, 동네 풍경 지키는 건축 지향

차혜민, “오래 기억되는 공간 만들고파”

박효선, “공공건축서 의미 모색”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올해 건축사 자격을 거머쥔 합격자들 가운데 남다른 궤적을 그려온 이들의 면면이 눈길을 끈다.

3일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치러진 올해 첫 건축사 자격시험에는 7607명의 응시자 중 617명이 최종 합격해 8.1%의 합격률을 보였다. 10.2%의 합격률을 나타낸 전년(7100명 응시, 721명 합격) 대비 소폭 줄어든 수치다.

이번 시험 최연소 합격자는 만 26세 여성, 최고령 합격자는 만 66세 남성으로 확인됐다.


1998년생으로 올해 최연소 합격의 기쁨을 안게 된 한혜진(26)씨는 합격의 비결로 꾸준함을 꼽았다.

경기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실무와 수험을 병행해온 한 씨는 “흥미를 느끼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지만, 하루이틀 집중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기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많았다”면서도 “매일 축적된 시간과 고민이 어느 순간 도면 위에 변화로 나타나 뿌듯했고, 결국 합격이라는 형태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세담주택건설 한효민 대표의 딸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도면과 현장을 삶의 일부처럼 접해왔다.


한 씨는 “인공지능(AI)이 많은 것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건축가에게 중요한 건 생각하는 힘”이라며 “단순히 잘 짓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중목구조 건축물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그는 “기둥과 보 하나하나를 나무결에 맞춰 쌓아올리는 과정을 보고 자라며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오래 머물고 싶은 집’의 인상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했다”며 “자재와 시공 기술의 발전으로 국내에서도 중목구조의 가능성이 점차 열리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해 건축사 시험에서 3과목을 한 번에 합격한 나현(32) 씨는 회사에서 설계 안정성검토(DFs) 업무를 맡으며 CM 현장에서 보낸 경험이 실무와 학습을 연결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통상 건축사 자격시험에서 한 번에 3과목을 모두 합격하는 수험생은 전체 응시자의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씨는 “설계와 시공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는 건축사로서 기획 단계부터 사업 전반을 조율하는 관리자로 성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올해 네덜란드, 독일, 미국, 스위스, 영국 프랑스 등 해외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합격자도 총 17명으로 나타났다.


영국 건축사로 실무를 이어온 김재성(36) 씨는 최근 한국에 돌아와 건축사 자격을 추가로 취득했다. 그는 국내 시험에 대해 “손으로 도면을 그리고, 재료의 구축 방식을 다시 학습하는 과정이 건축가로서 또 다른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포트폴리오 하나만 들고 무작정 스위스로 날아가 유명 건축가들의 사무실을 찾아다닌 끝에 인턴으로 설계를 시작한 그는 10년 가까이 유럽 건축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김 씨는 “마을 한 곳에 단단한 색채를 가진 건물이 하나 있으면 그 동네의 풍경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며, “일상적인 동네의 모습들을 지키는 건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건축사 차혜민 씨는 뉴욕에서 설계를 시작해 현재는 한국에 머물며 국내외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거창한 말보다,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에 정착한 차 씨는 “자격 취득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새로운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오며 새 방향성이 생기고 있다”며 언젠가 사무소를 개소해 자신의 이름을 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네덜란드 건축사 자격을 보유한 박효선(34) 씨는 “외국에 거주하며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자료를 구하거나 작도 연습을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고 술회했다.


미국, 네덜란드, 한국의 건축 제도를 두루 경험한 그는 “미국은 객관식 시험을 통해 실무에 기반한 이론 지식을 평가하는 반면, 네덜란드는 실무 경험 기반의 다자간의 리뷰와 토론 중심의 시스템이 특징”이라며 “한국은 설계 실기와 이론을 함께 평가하는 구조로, 세 나라 모두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국토교통부의 ‘건축설계 인재육성사업’에 선정돼 해외로 진출한 그는 “더 많은 건축학도들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무대에서 도전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설계사무소에 합류한 그는 “한국의 행정절차와 설계 시스템은 유럽과는 또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 현장에서 새롭게 배우고 적응해가는 중”이라며 “향후 공공건축 분야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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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전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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