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폭 전주보다 다소 줄어
매매 거래 4건 중 1건이 최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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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자치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사진:대한경제 DB |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숨을 죽이며 몸을 잔뜩 웅크리는 모습이다.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주요 단지와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계약 취소가 속출하는 등 매수세가 한풀 꺾이면서다. 고강도의 ‘6.27 대출 규제’가 기습 시행되고 그간 계속된 가격 상승세에 대한 피로감 등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시장 안정화 신호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전히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4건 가운데 1건이 최고가로 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6월 다섯째 주ㆍ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 폭이 전주(0.43%)보다 다소 줄었다.
특히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과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등에서 오름 폭이 0.1%p 이상 축소하며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 두드러졌다. 송파구가 0.88%에서 0.75%로 0.13%p나 줄었고, 서초구(0.77%→0.65%)와 강동구(0.74%→0.62%)는 각각 0.12%p씩 내렸다. 강남구(0.84%→0.73%)도 0.11%p 쪼그라들었다.
마포구(0.98%→0.85%)와 용산구(0.74%→0.58%), 성동구(0.99%→0.89%) 등까지 한강변 선호지역 가격 상승 폭이 모두 전주보다 줄었다.
부동산원은 “선호지역 내 매수 문의가 줄면서 서울 전체 상승 폭이 다소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용산에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주까지 일대 매매가 활발했는데 이번주는 귀신 같이 거래가 거의 없다”면서 “팔겠다는 사람은 있지만 산다는 사람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주택 매매 계약을 해제하는 곳도 나타난다. 강남에서 지난달 21일 24억원에 거래된 삼성동 중앙 하이츠빌리지 전용 면적 60㎡가 지난 1일 계약 해지됐고, 마포에선 래미안 푸르지오1단지 전용 59㎡가 지난달 27일 19억5000만원에 계약됐지만 역시 지난 1일 거래 취소됐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 전용 101㎡도 지난달 20일 31억2000만원에 계약했다가 1일 해지 신고됐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28일 수도권 전역과 규제지역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는 6.27 대책과 지난 1일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 일대가 ‘거래 잠김’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지역에서의 거래 감소와 취소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혜지역으로 거론됐던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도 매수세가 꺾이면서다. 노원에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수혜지역으로 떠오른 노원 일대도 기대와 달리 일제히 관망 모드에 들어간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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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안윤수 기자 ays77@ |
이날 KB부동산이 내놓은 ‘6월 5주 전국 아파트 시장 동향’을 봐도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76.4를 기록했다. 전주 매수 우위에 가까운 99.3과 비교해 22.9p 떨어진 숫자다. 특히 지난주는 지난 4월 둘째 주(4월 14일 기준)부터 11주 연속 상승해 2021년 10월 첫째 주(96.9) 이래 최고 수준이었다.
서울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현재 6.27 대책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다. 대부분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할 수 없고 전통적인 거래 비수기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지만, 다음 주 발표될 통계에 이번주 실적이 다 반영되면 매맷값 하락 추세나 거래 감소세가 뚜렷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한 공인중개사는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즉각적인 반응은 없겠지만 피서철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 신고가 거래가 계속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가격 상승 흐름은 여전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아파트미를 보면 이날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 539건 중 125건이 신고가로 체결됐다. 전체의 약 23.2% 수준이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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