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수ㆍ생태공간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수요가 늘어나면서 도시계획 때 친환경 생태도시 건설도 현실화되고 있다.
김포, 파주, 판교, 광교, 청라 등 신도시와 일부 혁신도시 등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도시기후 변화 대응과 자연 고유의 생태기능 복원을 컨셉으로 한 도시 내 물순환시스템(urban water circulating system or blue-network) 기술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도시 물순환은 친수ㆍ녹지 공간을 토대로 시민들의 휴식 및 문화공간 확보를 위한 어메니티(amenity) 향상시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도시 물순환시스템의 계획 및 설계는 탄소배출 감소, 도시열섬 현상 완화 등 기후조절 측면, 홍수 및 가뭄 조절 등 재해방지 측면과 우수 저류, 지하수위 유지, 비상용수 확보 등의 수자원 확보 및 수질관리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와 더불어 생물 서식공간(biotope) 확보를 통한 생태 기능성 회복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어류의 서식처 복원
생태계 구성요소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로 구분되며 생산자는 태양에서 시작된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해 소비자와 분해자에 전달한다. 계 내부에서는 생물에 필요한 물질들이 끊임없이 순환해 동적인 구조와 균형을 유지하며, 이에 속한 생명체들은 각기 다른 환경과 서식지 내에서 독특한 그들만의 생존 전략을 구축하며 살아간다.
하천이나 호수생태계에서의 생산자는 수생 및 수변식물과 부착 또는 부유생활을 하는 식물플랑크톤 등이 있다. 이들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동물플랑크톤이나 수서곤충 같은 저차소비자로 전달되며 향후 고차소비자로 이어진다.
어류는 먹이사슬에서 고차소비자에 속하며 종(species)에 따라 다양한 생태적 위치 및 영양단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생물서식공간의 확보에 있어 현장조건을 고려한 복원 대상 어종에 적합한 복원 기법이 필요하다.
도시 내 물순환시스템에 어류를 포함한 생물 서식공간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생물 종의 서식 조건을 기본적으로 만족시키는 최소 유량의 개념과 함께, 유사한 이송과 지형, 하상재료, 식생 등이 자연적으로 어우러지는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수공 구조물의 추가적인 역할을 통해 생태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전통 둠벙과 도시 물순환시스템
둠벙의 사전적인 의미는 ‘논농사에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논 가장자리에 파 놓은 작은 웅덩이’다. 과거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이수용 농업구조물로 널리 사용됐고 기능적으로 생태계 다양성 및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관련 연구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둠벙을 활용한 대표적 복원사업은 전라남도에서 친환경농업을 목적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둠벙 설치로 인해 농경용 습지인 논에 미소생물(meiofauna) 서식처를 확보함으로써 자연성을 강화시켜 생태적으로 건강한, 지속가능하고 자생ㆍ회복력 있는 친환경 공간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조사된 바에 의하면, 둠벙의 존재 하에 산골조개, 쇠우렁이, 실지렁이, 애기물달팽이 등 논에서 서식하는 저서 생물과 함께 이를 섭식하는 어류의 생물다양성이 증대됐고 개체수는 최대 5배 이상 증가했다.
도시 물순환시스템은 도심지의 수자원 확보 및 친수공간 조성을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어류의 서식환경을 고려하면 유량공급의 일시적 중단이 일어나거나 구조적으로 은신처 및 산란공간이 제한되는 등, 지속적인 유지관리 측면에서 불리한 면도 있다.
따라서 도시 물순환과 기존 둠벙의 연계를 통한 서식처 위주의 생태적 기능 향상에 착안하여 인공 및 자연환경에 적용 가능한 어류 서식처 확보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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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틀둠벙의 개발
앞서 언급한 제한 사항들을 개선하고 기능적인 면을 강화하기 위해 본 연구팀에서는 방틀둠벙을 개발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안동 수자원ㆍ환경실험센터에 시험 시공함으로써 그 기능을 평가했다.
구조는 설치위치 및 형태에 따라 호안형, 하상형, 수제형으로 나뉜다. 호안형은 하천과 호수의 호안, 하상형(호중형)은 호수 바닥, 수제형은 하천의 수제 및 여울을 대상으로 한다. 크기는 1㎥를 기본으로 하며 현장상황에 맞게 연계해 추가설치도 가능하다.
상부 슬라브에 타공해 생물 이동통로를 만들었고 그 상단에 식생매트를 설치하거나 슬라브를 겹겹이 쌓아 조성할 수도 있다.
어류는 상하좌우로 출입 가능하며 외벽에 타공해 수원 유입을 가능하게 하고 지하수위를 확보해 갈수기에도 생물이 서식할 수 있게 동결심도 이상의 수심을 확보했다.
재질은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중성 콘크리트를 사용하며 때로는 목재로 구조체를 구성할 수 있다. 구조물 내부로 유입된 토사는 약 15도의 각도로 조성된 경사판 어초로 한곳에 차집해 일괄 유지관리한다. 수질관리는 에어리프트 펌프에 의한 순환, 메디아 등 접촉 시설과 패류 등 생물을 이용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방틀둠벙의 가장 큰 기능은 생물 서식처의 질이 악화되는 갈수기나 홍수기 때 활용가능한 공간 확보이며, 지하에 매설된 본 구조물에 피신 및 서식을 가능하게 조성한 것이다.
또 활용성에 따라 복원하고자 하는 어류(깃대종 등)에 적합하게 구성하면 자연하천 및 호수뿐 아니라 도시 물순환시스템에도 적극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는 현장조건에 맞게 본 구조물을 설계해 배치할 수 있다. 하천 및 호수의 호안, 수변공간, 기존 수공 구조물 등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고 지하에 시공하면 수면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세 번째로 본 구조물은 바위나 항아리 등 둔탁한 곳에 은신을 좋아하는 어류 습승 등을 감안해 고안됐고 수심이 얕거나 여울이 발달한 지역에 소(pool)를 조성하여 다양한 서식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 환경청(1983)의 대표적인 수생태계 평가 기법인 생태건강성평가(IBI, Index of Biotic Integrity) 및 물리적 서식지 평가(QHEI, Qualitiative Habitat Evaluation Index)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국내 토종어류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인공 실험하천과 방틀둠벙을 비교하면 IBI는 서식지 평가지수가 약 22.2% 늘었고 QHEI는 25.1% 증가해 수생태 환경개선이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방틀둠벙 설치는 물리적 서식지 제공효과뿐만 아니라 하천 생태계의 건강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본 기술은 관련 타 기술들과 함께 ‘수위조절이 가능한 어초 둠벙 및 이를 이용한 어초 둠벙 모니터링 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출원을 완료했다.(출원번호 10-2009-0125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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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적용
방틀둠벙은 기술 내용에 따라 지하수위를 확보한 매립형 구조의 본체와 생물 이동이 가능한 상부 슬라브(뚜껑)의 결합으로 최소 생태유지용수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 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내 커뮤니티 생태연못에 방틀둠벙이 시험설치돼 있고 실험용으로는 안동 수자원ㆍ하천실험센터에 조성해 운영 중이다.
종합하면, 인간과 자연의 어우러짐을 위하여 고안된 본 자연공생형 기술은 어류 서식ㆍ피난처 역할을 수행하며, 삽입된 경사판 어초를 통해 내부 토사 침적 문제의 해결과 생물 서식처 강화 기능도 발휘한다.
그리고 자생 생물 다양성 및 개체수 확보를 통한 자연스런 먹이사슬(food chain) 형성을 유도하고 이에 따른 생태적 건강성 증진을 토대로 어류를 중심으로 한 깃대종(flagship species) 및 생물 서식처 복원에 순기능을 부여할 것이다. 최소공간 이용으로 수중 생태기능 강화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친환경 녹색도시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송호면 연구위원, 주진철 수석연구원, 안창혁 연구원<사진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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