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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조세정책의 양날은 과세표준과 세율이다. 특히, 부동산 과세표준은 형평성을 추구하기 위해 개별 부동산의 정확한 시장가격을 반영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행정비용을 증가시켜 효율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또한,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과도한 세금 부과는 시장왜곡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세율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부동산 과세표준을 생산하는 과세평가제도는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앞으로의 개선방향과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발전과정 통한 시사점 : 토지 → 주택으로 발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과세평가제도는 개념적으로 크게 3개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체계적인 과세평가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이다. 공공부문의 공적지가와 민간부문의 사적지가가 이원화된 형태로 존재하였다. 공공부문 내에서도 내무부의 부동산과세시가표준액, 국토부의 기준지가, 국세청의 기준시가가 존재하였다. 사적지가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원화된 형태를 보여 공적지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3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가격 정확성에 대한 불신이다. 건설부의 기준시가는 지역에 따라 부분고시로 고시시점이 상이하여 시점별 형평성에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내부무과 국세청의 과세평가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공무원의 자의성 문제,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낮은 현실화율이 문제가 되었다. 아울러 다원화된 평가체계는 과세표준에 대한 국민불신을 초래하였고 기관별 조사ㆍ평가에 따른 인력 및 재정의 낭비라는 점이 부각됐다.
결국, 1989년 공시지가 제도가 도입되면서 다원화된 조사체계를 일원화하고 토지 부분의 체계적인 과세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게 된다. 이를 위해 평가자의 전문화, 동일시점 평가, 연1회 정기공시를 통해 과세평가의 시간과 공간의 형평성을 달성하고자 하였다. 또한, 과세평가는 짧은 기간에 대량의 부동산을 평가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선행적으로 일정 표본에 대해 전문가의 정밀평가 이후 나머지 토지는 비전문가가 산정할 수 있는 대량평가모형을 도입하여 과세평가의 효율성을 제고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부문의 과세평가 정확성에 대한 문제가 다시 대두되었다. 일례로 시장가격이 높은 강남의 소규모 아파트보다 시장가격이 낮은 지방의 아파트가 오히려 과세표준이 2배에 달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러한 원인이 토지와 건물을 구분하여 평가하고 있다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즉, 토지 중심의 과세평가체계로는 물건별ㆍ지역별로 시장 가격을 고르게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005년 부동산보유세제 개편의 일환으로 주택은 토지ㆍ건물을 통합하여 평가하는 주택가격공시제도가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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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과세평가체계 연혁> |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한계 : 비주거용의 불형평과 자료 미비
현행 우리나라 과세체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특징은 2006년 도입된 실거래가 신고제도에 기반하여 실가과세 원칙이라는 점이다. 거래세와 같이 실지거래가액이 존재하는 경우 실지거래가액이 원칙이나, 실지거래가액이 존재하지 않는 보유세의 경우 통상 공적 과세표준을 사용한다. 현행 과세표준은 주거용은 토지ㆍ건물 통합평가한 주택공시가격을 사용한다. 반면, 비주거용은 토지ㆍ건물 분리 평가체계로 공시지가와 건물분 과세표준이 이원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다시 세부적으로는 집합부동산은 전수조사, 일반부동산은 대량평가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현행 방식과 관련 크게 3가지 문제점이 제기된다. 먼저, 주거용와 비주거용의 불형평성이다. 토지ㆍ건물을 통합평가하는 주거용과 달리 비주거용은 토지와 건물을 분리평가하고 있다. 특히 건물분은 원가법만을 사용하고 있어 시장가격과는 격차가 커질 개연성이 크다. 둘째, 비주거용 건물분 과세표준은 국세와 지방세의 과세표준이 다른 이원화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세는 국세청에서 고시하는 건물 기준시가를, 지방세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건물 시가표준액을 적용받기 때문에 동일한 부동산에 대해 이원화된 과세표준이 존재하게 된다. 특히 방법론은 유사하지만 상당히 다른 과세표준액이 생산되고 있어 민원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공시지가 이전부터 제기됐던 이원화 문제가 비주거용 부동산에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비주거용 건물 과세표준의 낮은 정확성에 기인한다. 더욱이 과세표준이 시장가격을 넘어서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한 사안이다.
그러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걸림돌도 많다. 비주거용의 경우 관련 조사체계 및 자료 부재 등으로 실거래가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비주거용 건물의 가격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지역별ㆍ유형별 임대료 수준, 자본환원율, 공실률, 관리비용 등 등 임대수익에 기반한 평가방법을 적용해야 하나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발전동력 : 토지공개념, 다주택자 중과와 같은 시장 및 사회적 요구
그렇다면, 지금까지 과세평가체계의 큰 변화라 할 수 있는 공시지가와 주택가격공시제도 도입 당시의 환경 변화를 통해 발전 동력을 살펴보자. 1980년대 후반부터 연간 10%를 상회하는 급격한 지가상승이 사회문제가 되자 1989년 토지공개념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공시지가는 ‘택지소유에 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당시 토지공개념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된 측면이 강하다. 또한, 주택가격공시제도의 도입도 부동산시장과 사회적 요구에 기인한 바가 크다. 제도 도입 직전인 2004년에서 2005년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을 경험했다. 또한, 신규주택공급도 기존의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주택이 급증하였다. 참여정부는 ‘다주택자 중과’와 ‘종합부동세’를 도입하였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보다 정확한 주택의 과세표준이 필요하였다. 결국, 과세평가체계 변화의 동력 중 하나는 앞서 살펴본 내부적인 과세평가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토지공개념, 다주택자중과 및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같은 시장 및 환경변화가 크게 작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환경변화 : 재정건전성 위기 과세표준의 형평성보다 효율성 요구 커질 듯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과세평가시장의 환경은 어떤가. 전국의 지가와 주택가격의 변동성은 축소되고 있다. 과거의 초과수요 시장에서 전국적으로 나타나던 급격한 가격 상승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 가격급등기에는 양도이익에 대한 조세형평성 등을 추구하면서 과세표준에 대한 높은 현실화율 수준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는 상황에서는 높은 과세표준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세율에 먼저 반영되고 있다. 주택분 양도소득세의 최저세율은 9%에서 6%대로 낮아졌고, 한시적이긴 하나 다주택자 중과는 60%에서 45%로 감소했다. 또한, 참여정부 당시 재산세의 공시가격 대비 과세표준의 적용률은 50%에서 시작하여 2008년부터 매년 5%씩 인상할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에는 100%에 이른다. 그러나 2009년 공정시장가액 개념을 도입하여 60% 선에서 멈춰선 상태다. 과세표준의 정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환경변화는 최근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부터 발발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재정건전성 중심의 정책 기조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재정건전성에 대한 위협요인들이 다수 존재한다. OECD 국가에 비해 조세부담률은 낮고 복지 관련 재정지출은 낮다. 앞으로 노령화와 함께 복지 관련 지출 압박은 불가피하다. 세수확보 차원에서는 과세평가를 통한 새로운 세수원 발굴이 요구되나 다른 한편에서는 과세평가로 소요되는 예산에 대한 효율성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개선방향 : 비주거용 과세평가제도 개선 시급
결국 지금까지 우리나라 과세평가의 발전방향 및 최근의 환경변화를 고려할 때 새로운 세수확보와 형평성 증진을 위해서는 비주거용 부문의 과세평가제도 개선은 시급하다. 또한, 과세평가 방식의 측면에서는 수익에 기반한 평가방식을 도입하여 대량평가의 정교화가 필요한 단계이다. 현행의 비주거용 과세평가방식인 원가법 기반의 단일 기준가액, 단일 비준표 방식으로는 시장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다수의 기준가액과 다수의 비준표 방식으로 개선이 요구되며, 건물의 질적 수준을 반영할 수 있는 지수 도입도 시장가격을 반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적으로는 비주거용부동산의 과세평가를 위한 인프라 마련이 시급하다. 정책ㆍ시스템ㆍ조직ㆍ평가모형 등의 전략 수립이 뒤따라야할 것이다.
첫째, 비주거용 과세평가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시지가와 주택공시가격과의 관계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과세평가 조직 운영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국토해양부에서 공시가격을 생산하고 있지만 과세권은 국세청과 지자체에 있다. 역할을 합리적으로 조율하여 과세표준의 책임은 명확히 하고 생산의 효율성은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정교한 대량평가모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과세평가는 대량평가라는 기본적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정밀평가와 대량평가의 조화를 통해 형평성과 효율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행정조직과 전문가조직의 유기적 활용을 통해 이를 극대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구축된 실거래가 자료의 신뢰성 향상을 위한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넷째, 과세평가의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관리지표 정립이 필요하다. 과세평가는 정기적으로 반복하여 이루어진다. 결과를 모니터링하여 단점을 보안하고 성과는 극대화하여 다음에 이루어질 과세평가의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과세 관련 데이터베이스(DB)의 유기적 연계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실거래가신고시스템, 임대소득관련시스템, 건축물정보시스템(세움터) 등 다수의 관련 DB들이 개별적으로 산재되고 있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과세평가를 위한 정보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과세평가는 조세정책과 부동산정책의 주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운영이 어려운 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과 사회적 요구 변화에 맞는 제도와 품질 개선은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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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거용 과세평가체계 개선을 위한 5가지 전략> |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