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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현 책임연구원 |
환경부 전망에 따르면 하수슬러지 발생량은 2009년 하루 8292t에 달하며 2013년에는 1만936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하수슬러지는 전체 산업폐기물 배출량의 19%를 차지할 만큼 처리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하수슬러지는 산업폐기물 중 유기성 폐기물로 분류되어 있으며 농축ㆍ건조 등의 방법과 소각ㆍ매립ㆍ해양투기ㆍ재활용 등의 방법으로 각각 처리되고 있다. 지금까지 하수슬러지 처리는 발생 이후의 처리를 고민하는 관점에 머무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단순한 해양투기가 하수슬러지 처분에 높은 의존도를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런던협약에 따라 2012년부터 하수슬러지의 해양투기가 금지되도록 법안이 발효되어 정부는 하수슬러지 처리에 더욱 고심하고 있다. 최근 하수슬러지를 바이오가스인 메탄으로 전환하는 연구와 시설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효율성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 하수슬러지 처리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하수슬러지의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기술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사후적 관점에서 하수슬러지를 처리하는 기술적 접근에서 하수처리 효율을 유지하면서 하수슬러지를 원천 감량하는 사전적 관점으로 기술적인 시각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하수슬러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소요되는 에너지를 절감시킴으로써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여 하수처리기술의 친환경성과 녹색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잉여슬러지의 감량 유도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는 하수에 포함된 협잡물로 이루어진 1차 슬러지와 생물학적 처리과정에서 미생물의 증식으로 발생하는 2차 슬러지(잉여슬러지)로 구분된다. 1차 슬러지는 하수와 함께 유입되는 입자성 물질로 대부분 중력에 의해 침전되어 발생하게 되므로 하수슬러지의 원천감량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에 비해 2차 슬러지는 하수 내에서 부유하거나 용존된 오염물이 미생물의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면서 미생물활성에 따른 증식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원천감량의 대상이 된다. 하수처리에 기여하는 미생물의 물질대사를 제어하여 잉여슬러지의 원천감량을 유도할 수 있다. 단, 여기서 하수처리장의 하수처리효율 만족이라는 필요충분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수처리장에서 잉여슬러지의 감량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첫째, 하수처리장의 경제성과 관련되어 있다. 하수슬러지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전체 하수처리장 운영비용의 약 40~60%를 차지한다. 따라서 잉여슬러지 감량은 우선적으로 하수처리단가와 직접 관련되며 이로 인한 하수처리장은 운영관리비용의 절감이 가능하게 된다.
둘째, 하수처리장의 녹색성 확보이다. 기술의 녹색성은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온실가스저감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잉여슬러지 감량으로 인한 하수슬러지의 소각량 저감은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CO2, CH4 그리고 N2O와 같은 온실가스의 발생량 저감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하수 잉여슬러지 원천감량은 지구온난화에 기여가 가능한 하수처리기술의 새로운 진화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소각 이외에도 하수슬러지 처리에 소요되는 동력 소비를 최소화함으로써 동력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의 저감을 유도할 수 있다.
셋째, 하수처리장의 친환경성 부여다. 하수처리에서 발생하는 잉여슬러지는 고농도 유기성폐기물로 자연환경에 노출될 경우 2차적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일례로 우리는 해양투기와 같은 하수슬러지 처리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원천적인 잉여슬러지 감량은 하수처리장의 하수처리기능과 함께 2차 오염원의 배출을 최소함으로써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기여도를 보다 더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슬러지 감량형 하수처리 SBR공정(e-Tris)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대림산업의 자체 기술력만으로 개발에 성공한 ‘e-Tris(eco environmental evolution system)’는 기존 하수처리기술과 차별화된 차세대 하수처리기술이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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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하수처리공법이 하수처리 측면만을 공정개발에 주안점으로 두었다면 e-Tris는 하수고도처리는 물론 하수슬러지 처리 문제의 대안을 함께 고민하여 하수처리기술에 경제성, 녹색성 그리고 친환경성을 부여함으로써 하수처리의 새로운 혁신을 선도했다고 할 수 있다. 기술적용을 통해 하수처리장은 슬러지 처리계열의 공정인 탈수, 농축 그리고 소화에 소요되는 시설 투자비, 유지관리비, 그리고 점용부지 절감 효과를 갖을 수 있다.
디켄터(침전과정 이후 처리수를 빼주는 고액분리장치)를 특화한 하수고도처리 SBR(Sequencing Batch Reactor)공정에 잉여슬러지 원천감량기술을 포함한 e-Tris는 공정의 단순화와 현장운전의 편의성 확보를 위해 단위기술을 공학적으로 구성하였다. 공정구성은 e-ISR, e-SBR, 그리고 처리수조로 이루어져 있다. e-ISR(e-Tris Inducing Sludge Reduction)은 잉여슬러지의 원천감량을 유도하는 반응조로 e-Tris의 핵심기술이다. e-SBR(e-Tris Sequencing Batch Reactor)은 연속유입식 SBR형식으로 최종처리수의 안정된 고액분리를 수행하기 위해 telescopic 디켄터를 포함하는 하수고도처리기술로 하수내 유기물과 영양염류를 제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리고 처리수조는 최종 처리된 하수고도처리수를 저장한다.
잉여슬러지 원천감량기술
e-Tris의 핵심기술인 잉여슬러지 원천감량기술은 생물학적 하수처리에 이용되는 미생물의 물질대사 조건을 제어하여 하수처리과정의 미생물 증식량을 획기적으로 감량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기존 하수처리공정대비 63.5%의 잉여슬러지 감량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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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생물반응조 내 활성을 갖는 미생물의 물질대사과정인 이화 작용과 동화 작용에서 생산된 생물학적 에너지 저장체인 ATP(Adenosine Triphosphate)를 증식보다는 운동성과 생체유지에 소모되도록 유도하는 미생물학적 기작을 하수처리에 적용한 것이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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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잉여슬러지의 원천감량과 관련하여 학계에서는 물질대사제한, 기질저해, 저성장체 우점화 그리고 미생물간의 포식관계를 주제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학설일 뿐 정확한 메카니즘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과정에서 e-Tris는 기술의 완성도를 제고하기 위하여 공정의 외적인 잉여슬러지 감량율뿐 아니라 미생물의 동역학적 계수 측정과 ATP,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그리고 NADP(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Phosphate)와 같은 물질대사 산물의 직접적인 분석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노력했다. 동역학 계수분석에서는 e-ISR 반응조에서 효과적인 내생호흡 단계로 유도된 미생물이 생물학적 반응조인 e-SBR 반응조로 반송되면서 생산수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된 반면, 사멸계수는 일반 하수처리 생물반응조의 범위로 측정되어 잉여슬러지 감량은 미생물의 생산수율 저하가 직접적인 원인임을 알 수 있었다. 물질대사 산물 분석에서도 e-ISR 반응조의 기능을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실험결과가 도출되었다.
기술개발 성과 및 계획
e-Tris 적용으로 인해 하수처리장은 전체 하수처리비용의 30% 절감과 하루 170만t 처리장의 경우 연간 3850t의 CO2를 저감시킬 것으로 대림산업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잉여슬러지 원천감량기술은 현장적용성이 높은 기술적 특징이 있어 단위 기술로써도 적용이 가능하며 신설 하수처리장은 물론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기존 하수처리장 개선사업에도 폭넓은 적용이 예상된다.
2011년 환경부 신기술 인증, 2012년 환경부 녹색기술 인증 그리고 특허등록 4건을 완료한 e-Tris는 대림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환경신기술 DASpro와 함께 적극적인 물산업 진출의지를 보여주는 하수분야의 성과이다. 기술개발을 위해 대림산업 기술개발원은 2009년 하수처리시장에 대한 분석과 기술 타당성 검토를 시작으로 기술인증을 위한 파일럿 플랜트(그림4)를 구축하여 연구를 수행해 왔다. 앞으로 e-Tris의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하여 국내 하수처리장의 개선사업은 물론 국책사업 참여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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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은 e-Tris의 개발 완료에 이어 하수처리장에 대한 적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e-TrisⅡ 개발에 착수한 상태이며 2014년 개발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e-TrisⅡ는 잉여슬러지의 원천감량을 포함하는 하수재이용 공법으로 하수를 처리의 대상에서 새로운 수자원으로 인식하여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한 기술이다. 기존의 침지식 MBR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나아가 현장적용성이 우수한 장점을 갖춘 차별화된 MBR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덕현 대림산업기술개발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