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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책임연구원 |
지난해 테크노마트 사례에서 보듯 건물에 예기치 못한 이상현상이 발생하여 건물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심각한 경우에는 삼풍백화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20층 규모 건물 붕괴와 같이 인명피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사람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고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반면 건축ㆍ토목 구조물은 구조적인 이상유무를 스스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구조물의 상태를 조사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보수ㆍ보강을 실시하게 된다.
더욱이 대형구조물의 경우 매번 사람이 직접 조사하여 구조적 이상징후를 발견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형구조물을 중심으로 구조물의 거동을 계측하여 이상징후를 탐지할 수 있는 계측유지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의 적용이 증가되고 있다. 대우건설 기술연구원은 일반적인 구조물 계측유지관리 시스템을 발전시켜 구조물의 건전도 평가가가 가능한 ‘SHM(Structural Health Monitoring) 시스템’을 개발했다. SHM 시스템은 초고층, 장대교량, 대공간 구조물 등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시공 중 및 사용 중 구조안전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SHM 시스템의 핵심기술
SHM 시스템은 △구조물 거동계측 △구조손상 평가 △대응방안 수립 △실시간 정보전달의 단계로 운영된다. 모든 운영과정은 SHM 서버시스템으로 통제되며, 유사 시 관리자 및 사용자에게 실시간에 가깝게 구조물의 손상정도와 대응방안이 전달될 수 있다. 이를 위한 SHM 시스템의 핵심구성요소는 <그림1>과 같이 센서 및 계측 시스템, 구조물 손상 자율진단 시스템, 그리고 대응시나리오를 포함한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구분된다.
센서 및 계측시스템은 건물의 거동을 계측하여 기록하는 시스템으로서 병원에서 환자의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검사장비와 같다고 이해하면 된다.
구조물 손상 자율진단 시스템은 건물에서 계측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시공 초기 구조물의 상태와 현재 상태를 비교함으로써 구조적인 이상유무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건물의 구조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이식함으로써 실제 건물에서 계측된 데이터에 의해 대상 건물의 손상정도와 손상위치를 실시간에 가깝게 추정할 수 있다. 개발된 인공지능 구조건전도 평가시스템은 일반 해석기반 손상평가 기법에 비해 신속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위급 상황 시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HM 시스템의 최종 목적은 구조물에 대한 손상평가가 아니라 손상평가 이후 사용자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안전 자율진단의 결과와 구조물 변형의 관리한계를 기준으로 대응 시나리오가 작성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의사결정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구조물에 대한 붕괴해석을 통해 구조적 보유내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며, 구조실험 및 풍동실험 등을 통해 구조물의 실제성능을 규명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대우건설에서는 비선형 고급구조해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대형구조실험동 및 풍동실험동과 같은 전문실험동을 이용하여 지진ㆍ태풍 등 각종 재난유형에 대한 구조성능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SHM 시스템을 통해 분석된 건물의 손상정도와 대응방안은 거주자 및 관리자에게 즉시 전달되어 활용될 수 있어야 하므로 개인모바일 기기(스마트폰 등) 및 홈네트워크를 통해 구조안전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통신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현재 구조안전 정보전달용 앱과 일반 PC에 설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며, 홈네트워크용 어플리케션은 개발 중에 있다.
SHM 시스템의 다양한 활용
SHM 시스템은 <그림 2>과 같이 구조물의 설계 및 시공, 운영과정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SHM을 통해 설계자는 시공된 구조물이 실제 설계된 성능을 만족하는지 계측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증을 수행할 수 있다. 시공자도 제시된 설계도서 및 시방서에 따라 건물이 제대로 시공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SHM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특수공법의 적용 시 구조안정성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시공 중 구조성능의 저하 및 대형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발주처 및 현장감독자 역시 시공 단계별로 구조물의 품질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설계와 시공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기술적 분쟁을 SHM을 통해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시공이 완료된 이후에는 상시 SHM 시스템을 이용하여 사용 중 구조적 안전성이 최상으로 확보되도록 건물을 유지관리하게 된다. 계측된 자료를 통해 구조안전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합리적인 건물의 보수ㆍ보강을 수행함으로써 건물의 생애주기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SHM을 사용하여 건물의 구조적 손상이 자율적으로 진단되고 단계별 대응방안이 신속히 제시될 수 있으므로 운영자는 즉각적으로 효과적인 대응조치가 가능하다. 구조물의 시공과 운영 또는 위기 상황 중 측정된 데이터는 향후 구조물의 성능향상을 위해 연구자에게 귀중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SHM 시스템의 적용사례
(1)고층건물 풍진동 계측
초고층 건물은 주로 풍하중에 의해 구조시스템이 설계되며, 풍진동에 의한 거주자의 사용성 확보가 중요한 설계요소가 된다. 대우건설은 고층건물의 사용성향상을 목적으로 <그림 3>와 같이 풍진동 평가용 SHM 시스템을 개발하여 고층건물의 풍진동 성능평가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설계 당시에 예측된 풍진동 값은 설계 및 해석상의 가정사항에 의해 다소 보수적으로 예측되므로 실제 건물에서 발생하는 값보다 큰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불필요하게 건물의 시공물량이 증가되거나 실제로는 필요가 없는 부가적인 제진장치가 설치되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로 풍응답이 과소평가되어 추후에 제진장치를 설치하게 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풍응답 평가용 SHM 시스템을 활용하게 되면 초고층 건물의 구조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진동제어 장치의 설치 여부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2)초대형 구조물 운영중 SHM 시스템
200m의 장스팬 지붕 구조물이 설치된 제주 월드컵경기장은 2002년 월드컵 직후 대형태풍인 펑센과 루사로 인해 지붕막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손상 발생 후 지붕의 형상을 바람에 유리하도록 개선하여 재시공하였으며, 동일한 손상의 방지를 위해 상시 SHM 시스템을 도입하여 지붕구조물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였다.
제주 월드컵경기장의 SHM시스템은 주구조 시스템(철골지붕구조)의 진동을 계측하는 가속도 계측 시스템과 2차 구조부재(지붕막 구조)를 감시하는 막장력 계측시스템으로 구성되었으며, 실제 작용하는 풍하중의 규모를 계측하기 위해 풍향풍속계를 설치하여 운영하였다.
가속도 계측 시스템은 철골 지붕 구조물의 진동을 측정하여 고유한 동적특성(고유진동수, 진동모드)을 분석함으로써 철골지붕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안정성을 감시한다. 막케이블 장력 계측시스템은 막구조를 지지하는 국부적인 케이블의 장력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함으로써 관리한계치 이상의 장력손실 또는 증가가 발생할 경우 관리자에게 통보하여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림4>
현존 국내 최고인 350m 높이의 송도 동북아무역센터(NEATT)에도 상시 구조안전 유지관리를 위해 SHM 시스템을 도입하고 현재 시스템 구축 중에 있다.
(3)수상구조물 진수시 SHM 적용
인공섬과 같은 수상구조물은 물위에서 직접 시공하기 보다는 지상에서 조립한 뒤 진수하는 것이 시공성과 비용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이다. 반포대교 남단 한강 위에 떠 있는 세빛둥둥섬의 경우에도 한강변에서 대부분의 구조체를 조립하고 물 위로 진수하는 방식으로 시공되었다. 이를 위해 SHM시스템을 통해 지상이동 및 진수 시 발생할 수 있는 충격하중에 대하여 상부 구조물과 부유체의 구조안전성을 사전에 해석ㆍ검토하였으며 실제 이동 중에는 실시간 계측 및 손상평가를 위한 현장 SHM시스템을 구축하여 구조안전성을 모니터링하였다.
진수 중 구조체에 발생하는 변형과 움직임을 계측하기 위해 <그림 5>와 같이 부유체 상판 및 상부 돔 구조물에 변형률계, 경사계 및 가속도계를 설치하였다. 변형률계는 부유체 상판과 주요 기둥에 부착되어 인공섬 이동 중 발생되는 응력을 계측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상부 돔 구조물 및 부유체 상판에는 가속도계를 부착하여 충격에 의해 발생되는 진동을 직접 측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부유체 상판에 경사계를 부착하여 부유체가 에어백에 의해 균등하게 지지되어 사전에 설계된 경사도로 이동과 진수가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동 및 진수경로를 추적하기 위하여 GPS 수신기를 설치하였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무선계측시스템을 구축, 이동 및 진수 중 구조결함 자율진단 시스템에 계측데이터가 입력되면 인공지능이 인공섬의 건전도를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관리자가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SHM 시스템을 운영하였다.
맺음말
건축 및 토목분야 구조물의 초고층화 및 대형화에 따라 사용 중 구조 안전성의 유지관리 문제가 대두되면서 계측유지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초대형 구조물의 경우에는 상시 거주 및 유동 인구가 수만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구조결함에 의한 갑작스런 구조물의 붕괴에 의해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SHM시스템을 통한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통해 지진 및 태풍과 같은 대형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구조체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상징후 발견 시 구조안전평가 정보와 즉각적인 대응방안이 거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전달되어 혼란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과잉대응을 막고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목적으로 대우건설에서는 SHM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왔으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구조물에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대형 재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건축 및 토목 구조물에 대한 SHM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실무에 적용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국가적인 방재 및 조기 경보시스템에 통합되어 체계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김지영 대우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