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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시장에서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분쟁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업체들은 계약 및 클레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적시의 권리 주장이 가능한 관리 체제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본고는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우리나라 건설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도모할 수 있는 계약 및 클레임 대응 방안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입찰 및 계약 시점…계약조건을 철저히 검토하라
건설업체의 정당한 권리 주장의 가능 범위는 당해 공사의 수행조건과 계약내용에 대한 이해도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입찰 및 계약 시점에서 계약조건의 철저한 사전 검토가 필수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계약 단계에서 시공자측에 과다하게 부과된 사업적 리스크를 간과하고 불평등한 계약조항을 수정하지 못하는 것은 시공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단념하는 행위임을 주지해야 한다.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불리한 계약조건 등이 입찰 및 계약과정에서 적절히 조치되지 않는다면, 입찰 참가나 계약 체결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협상 자세도 필요하다. 또한, 시공자가 불리한 사업 수행 조건들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 부정적인 영향을 원가화하여 입찰가격에 예비비(contingency) 형태로 반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계약적 리스크가 큰 사업의 경우, 계약체결 시점 전후에 당해 사업의 ‘계약 및 클레임 검토서’를 작성하고 이를 계약집행 단계에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당해 공사의 입찰 및 계약 시점에서 파악된 주요한 발주자 요건사항이나 불리한 계약조항들을 ‘계약 및 클레임 관리 검토서’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는 계약집행단계의 현장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대한 전략 수립이나 특별히 유의해야 하는 관련 문서처리와 기록보존 업무 등의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개설 시점…계약 및 클레임 교육을 실시하라
해외공사의 계약 및 클레임 관련 사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주 관련 부서와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현장 부서사이의 정보 단절에 있다. 즉 입찰 및 계약 시점에서 파악된 사업 관련 리스크나 중요한 계약조건에 대한 정보가 시공단계로 이전되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해외건설 현장에서는 입찰 및 계약 관련 정보의 공유 체계가 운영되고 있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향후 공사 집행단계에서 보다 체계적인 계약 및 클레임 관리를 위해서는 해외공사의 입찰 및 계약 시점에 참여하였던 영업, 견적, 계약 등의 수주 관련 부서 담당자를 현장 착공준비(mobilization) 시점에서부터 최소 한달 이상 상주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장에 투입되는 모든 직원들에게 주요한 공사 수행 조건이나 계약 조항 등이 사전에 충분히 설명되는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효율적인 분쟁 방지 또는 클레임 대응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담당자는 이러한 계약 관련 정보들을 세부 시공계획 수립과 함께 현장 운영의 주요한 관리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본사차원에서도 현장 담당자에게 유용할 수 있는 계약 및 클레임 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모든 현장 직원들이 이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될 수 있다. 효율적인 클레임 및 분쟁 대응 등은 현장의 특정 직원의 업무가 아니라 현장 전체 직원들이 담당해야 하는 기본 업무라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숙지시켜야 한다.
적시 클레임 제기…발주자의 역(逆)클레임 대비하라
계약자의 정당한 권리확보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계약 및 클레임 관리 전략이 사전에 수립되고 이행할 경우에만 계약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해외공사의 수익성 수준은 계약 및 클레임 관리 전략으로 판결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가령, FIDIC의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해외공사에서 시공자가 발주자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비용 보상 및 공기 연장의 클레임 사안들은 <표>와 같이 다양할 수 있다.
해외공사의 일부 악성 발주자들은 시공자를 상대로 역(逆)클레임 제기를 빈번하게 취하고 있으므로, 계약조건상의 시공자의 책임 사항을 면밀한 검토한 후 그 의무를 성실히 충족시킬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또한, 당해 사업의 계약조건을 기준으로 발주자가 제기할 수 있는 클레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특히, 눈높이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발주자의 요구 조건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논리가 뒷받침된 권리 주장과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현장차원의 역(逆)클레임 대응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표> FIDIC 표준계약서에서 시공자가 제기할 수 있는 클레임 근거 조항 및 보상 내용
계약적 리스크 큰 사업…계약 및 클레임 관리 전담자 배치하라
국내 건설업체가 수주하고 있는 해외공사의 규모가 점차 대형화되면서 수반되는 계약적 리스크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현장차원에서 계약 및 클레임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의 배치를 고려할 수 있다. 현재 해외공사에서는 공무 내지는 관리부서가 계약 및 클레임 관련 조치를 타 업무와 겸직하고 있어 가중된 업무 부담이나 전문성 결여 측면에서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
당해 사업의 계약적 리스크가 크다면, 당해 공사 공종의 수행에 필요한 기술적 사안에 익숙한 동시에 계약적 지식과 경험도 갖춘 계약 및 클레임 관리 전담자를 계약 초기 시점에서부터 현장에 배치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 현지 지역의 진출 경험이 부족하거나 클레임 문화나 외국어 구사 능력 측면에서 취약한 경우, 외부 계약 및 클레임 관리 전문가의 활용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적인 클레임 관련 공문 처리는 매우 섬세한 업무이므로, 관련 경험과 능력을 갖춘 해외 원가 전문가(Quantity Surveyor)와 같은 전문 인력의 활용도 고려될 수 있다.
다만 클레임 및 분쟁 해결을 위한 기본 전략을 수립하는 담당자는 현장 책임자의 수준에서 확정되고 그 구체적인 지침이 외부 계약 및 클레임 전담 직원에게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외부 계약 및 클레임 관리 전문가는 일임 받은 업무를 수행하거나 요청한 업무만을 지원할 뿐, 궁극적인 클레임 전략의 제시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공 수준이 곧 교섭 수준…시공관리 역량 고도화하라
클레임 해결과정의 협상력을 제고하고 유리한 교섭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발주자가 만족할 수준으로 당해 공사의 성공적 완수가 전제됨을 명심해야 한다. 계약 및 클레임 처리 과정에서 협상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협상력의 기저에는 시공 완성품의 수준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외 발주자는 성능 보장, 생산성 보장, 공기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준수 없이는 실질적인 협상력이 강화될 수 없다. 특히, 일부 국가들은 매우 엄격한 품질, 환경, 안전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이에 부합하는 시공관리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시공자의 시공 계획을 가시화시켜 발주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면 클레임 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시공자의 권리 주장에서도 승산이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주자측에서 준수해야 하는 책무 사항과 일정을 공정표 작성시 삽입하여 놓거나 시공계획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는 것이 시공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
급증한 해외공사의 수주 물량에 따라 해외공사 유경험자의 현장 투입이 제한적임을 고려할 경우, 본사차원에서 맞춤화된 시공관리 지원 체계를 개발하는 것도 요구된다. 해당 지역의 정보와 네트워크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시공관리 수행 매뉴얼이나 체크리스트 형태의 핸드북 등을 개발하여 현장에 보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해외 건설에서 직면할 수 있는 분쟁 규모는 막대할 수 있다. 그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건설기업 경영층은 수주만이 능사가 아니라 사업 집행단계에서의 계약 및 클레임 관리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에 서둘러야 한다. 건설 계약자의 권리주장이 단기적으로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부당한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정당한 보상으로 부가적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겠다.
김원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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