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당국은 건설공사의 하도급 대금 등의 미지급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하도급 대금 등의 미지급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본고는 대급 미지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체불건설업자 공표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
△대금 체불의 실태 및 피해
국토교통부는 2009년 2월 하도급 대금 실태 점검에 이어 2009년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국토교통부 소속 또는 산하 기관의 공사 현장에 대해 자재 대금 및 장비대금 지급 실태를 점검하였다. 조사 대상 업체는 원도급업체 4016개사, 하도급업체 9144개사로서 총 1만3160개사를 조사하였는데, 이 중 원도급업체 130개사, 하도급업체 323개사가 하도급 대금 관련 불법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재 대금 및 장비 대금 미지급, 지연 지급 및 불법 어음 지급 등 총 3748건의 위법 행위를 적발하였는데, 자재 대금 및 장비 대금의 불법 지급 업체 비율은 원도급업체가 조사 대상 업체의 3.2%, 하도급업체가 조사 대상 업체의 3.5%로 나타나 하도급업체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위반사실 공표제도의 기능
법 위반 사실의 공표라 함은 행정법 상의 의무 위반 또는 의무 불이행이 있는 경우에 위반자의 성명ㆍ위반 사실 등을 일반에게 공개하여 명예 또는 신용의 침해를 위협함으로써 행정법 상의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공표는 일정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사실 행위이므로 자체로서는 아무런 법적 효과를 발생하지 않으나, 의무 위반자의 명단 공개는 명예뿐만 아니라 신용을 추락시키고 그에 의해 유형ㆍ무형의 불이익을 줌으로써 상당히 실효성 있는 의무 확보 수단이 되고 있다.
둘째, 정보가 필요한 관련 사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이들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줌으로써 시장을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셋째, 행정청의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위법 사실의 효과가 지속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법 위반 사실에 대한 정보를 일반 공중이나 관련 사업자들에게 널리 알림으로써 계속되는 공공의 손해를 종식시키고 위법 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법위반자공표제도는 행정청이 법 위반자의 법 위반 사실을 직접 공표하는 제도와 행정청이 법 위반자에게 법 위반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시정 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할 것을 명령하는 수명사실공표제도로 구분할 수 있다.
△법위반사실공표제도의 위헌성 문제
법위반자공표제도와 관련하여 위헌성 문제가 종종 제기되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대부분 무죄 추정의 원칙 위반, 진술 거부권 위반 및 과잉 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구 ‘공정거래법’ 내의 제27조(시정조치) 즉,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 단체의 금지 행위의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 단체에 대해 당해 행위의 중지, 정정 광고, 법 위반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상기의 조항에 대해서 무죄 추정의 원칙 위반, 진술거부권 위반 및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2001년 헌법재판소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의 공표 명령에 대해서 위헌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정거래법상 ‘시정 명령을 받았다는 수명 사실’의 공표가 아니라 ‘법 위반 행위 사실’에 대한 공표 명령제도였다. 법 위반 사실을 직접 행정청이 공표하는 것과는 달리 법 위반자에게 ‘법위반 사실’을 공표하도록 명령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무죄 추정의 원칙, 진술거부권 및 과잉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법 위반 사실에 대한 공표 명령이 아니라 ‘시정 명령을 받은 사실’에 대한 공표명령제도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었고, 이에 따라 다른 법률도 ‘시정 명령을 받은 사실’에 대한 명령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행정청이 직접 법 위반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와 달리 법 위반자에 대한 시정 명령을 받는 등 수명 사실을 공표하도록 명령하는 제도는 일반적으로 무죄 추정의 원칙과 진술거부권을 침범하지 않아 위헌성 문제가 최소화된다. 다만 최근 법 위반 사실의 공표와 관련한 ‘의료기기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시정 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은 자라도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 등을 통하여 그 처분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으므로 행정처분이 확정된 경우 공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행정청이 직접 상습 체불 건설업자를 공표하는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과잉 금지 원칙 위반 여부도 신중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건설공사의 하도급ㆍ장비ㆍ자재 대금 체불건설업자공표제도를 ‘도급법’에 도입하는 방안은 장비대여계약과 소규모인 하도급자가 체결하는 자재공급계약은 ‘하도급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하도급법’은 건설업 이외의 하도급 거래도 규율하므로 적절하지 못하다. 따라서 건설공사 하도급 대금 등 체불건설업자공표제도는 ‘건산법’에 도입하는 방안이 타당하다.
△상습 체불 건설업자 공표제도의 도입 방안
현행 ‘건산법’에서는 건설업자가 하도급 대금의 지급 의무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시정명령 등의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법위반공표제도는 없다. 이하에서는 ‘건산법’에 체불건설업자공표제도 도입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⑴ 체불 건설업자 명단 공표 대상자 선정 기준
명단 공표 기준일 직전 연도부터 과거 3년 간 하도급 대금 등 미지급(건산법 제34조 제1항 위반)으로 행정처분이 2회 이상 확정된 건설업자로서 직전 연도의 체불 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자로 한다. 대금 체불자는 지속적으로 다른 관련 사업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으므로 공표 요건이 충족된 자에 대하여 가급적 신속히 대금 체불자를 공표하여 다른 사업자의 피해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 소비자 또는 다른 사업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자의 정보는 되도록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불 총액 기준은 ‘근로기준법’과 ‘지방세기본법’의 공표 제도와 같이 3000만원 이상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근로기준법’은 3년 이내 임금 등을 체불하여 2회 이상 유죄 판결을 받은 자로서 기준일 이전 1년 이내 임금 등의 체불 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자의 인적 사항 등을 공개하게 되어 있고, ‘지방세기본법’은 3000만원 이상인 지방세 체납자에 대하여 지방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적 사항 및 체납액을 공개할 수 있다.
⑵ 공표 대상자 선정 절차
하도급 대금 등 체불정보심의위원회를 두어 명단공개제도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한다. 공개 대상자에게 통지하여 3개월 동안 소명 기회를 부여한 후 체납액의 납부 이행 등을 감안, 재심의하여 공개 대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하도급 대금 등 체불정보심의위원회의 구성은 위원장은 국토교통부 차관, 위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촉하는 고위 공무원 3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촉하는 변호사 2인, 교수 2인, 사회의 덕망 있는 자 3인 등으로 구성한다.
⑶ 공개 범위 및 방법
공개 범위는 ‘근로기준법’상 상습 임금 체불 사업주와 동일하게 체불 사업주의 성명·상호·나이·주소(체불 사업주가 법인인 경우 그 대표자의 성명·상호·나이·주소 및 법인의 명칭·주소)와 이전 3년 간 임금 등 체불액이고, 공개 방법은 관보, 인터넷 홈페이지, 관할 지방관서 게시판 또는 그 밖에 열람이 가능한 공공 장소에 3년 간 게시하도록 한다.
⑷ 체불 건설업자에 대한 불이익 부여
‘건산법’에 따라 공표된 하도급 대금 등 체불 건설업자와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표된 임금 체불 사업주(건설업자인 경우에 한함)에 대해 시공능력 평가 및 입찰시 감점을 부여하는 등 불이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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