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조사를 살펴보더라도 지난해 8월 현재 건설업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135만1000명에서 69만3000명으로, 51.3%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업은 전체 근로자 중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최근 3년간 50% 이상을 차지해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설업은 산업의 특성상 수주 분야, 기술 분야 등 모든 영역이 사람의 역량과 능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인력위주 사업(people business)이다. 이에 따라 조직의 목표 달성 및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점점 늘어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능력 발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원에 대한 조직 차원의 관리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조직 공정성(organizational justice)을 제시하고자 한다.
△구성원 조직 몰입 위해 조직 공정성 중요
비정규직 근로자의 성과를 향상시키려면 이들의 조직 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 몰입이란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정서적 반응이며 조직에 대한 동일시, 충성심, 애착심과 같은 반응을 의미한다. 즉 개인이 자기가 속한 조직에 일체감을 가지고 몰두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직 몰입은 생산성과 직무 만족도,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직률과 결근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업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을 기피하는 가장 심각한 이유로 조직 몰입도 부족을 들고 있다. 이때 투입과 산출의 사회적 비교 결과로 지각된 공정성(justice)은 조직 구성원 동기 유발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조직 연구에서 중요한 논제의 하나로 다뤄지고 있는 조직 공정성은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조직 몰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조직 공정성은 크게 수행한 일에 대한 결과를 비교하는 데 초점을 둔 분배적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과 의사 결정 과정이 진행되는 절차 혹은 방법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의 두 가지로 나뉜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 공정성에 더해 상호작용 공정성(interactive justice)이 등장했다.
먼저 분배 공정성이란 ‘투입(input)’과 ‘결과(outcomes)’를 핵심으로 한다. 투입이란 ‘한 개인이 스스로 교환에 공헌했다고 지각해 정확히 자신에게 대가가 오리라 기대하는 바’를 말하며, 결과는 ‘투입에 대한 대가로 받는 보수나 내적 만족 등 교환에서 얻는 것’을 말한다. 조직 구성원은 투입과 결과의 비율이 서로 같으면 형평을 경험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형평성을 느낀다. 이러한 분배 공정성은 결과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주로 특정 결과에 대한 인지적, 정서적, 그리고 행동적 반응과 관련돼 예측된다. 특히 조직 내 행동의 변화로는 작업 수행의 감소, 작업 질의 하락, 스트레스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절차 공정성은 조직 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사용된 절차나 제도 운용 과정을 조직 구성원이 얼마나 공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선행 연구에 의하면 분배 공정성과 절차 공정성에 대한 실증연구 결과, 분배 공정성이 절차 공정성보다 더 크게 임금 만족에 영향을 미치고, 절차 공정성은 분배 공정성보다 조직에 대한 구성원들의 태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최근 등장한 상호작용 공정성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권한 보유자가 보여주는 대인적 처우로 즉, 정책이나 절차의 실행 과정에서 종업원이 지각하는 대인적 처우의 공정성으로 정의된다. 의사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예의 바르고 정중한 방식으로 처우받았을 경우 공정성 지각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한을 보유한 자가 참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예의 바르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수록 의사결정 결과에 대해 조직 구성원이 긍정적인 태도를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용형태에 따라 ‘공정성 지각’ 차이
그동안 공정성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조직 내 구성원의 공정성 지각이 조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는데, 연구결과에서 공정성 지각은 개인의 조직에 대한 태도(조직몰입, 직무만족, 이직의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형태에 따른 불공정성 지각과 관련한 연구에서는 상대적 공정성 개념이 도입된다. 즉, 비정규직 근로자는 자신이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지각하게 되는 경로가 정규직 근로자와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 비교 과정(social comparison process)’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데 인간은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타인의 행동을 해석하고 자신의 행동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근로자는 자신과의 비교를 위한 준거 집단(reference group)이 동일한 상황에 있는 다른 정규직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자신을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하려는 경향이 높다. 이와 같은 준거 집단의 차이로 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내부에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와의 차이를 더 심각하게 두면서 같은 비정규직 내에서의 변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조직 내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해 높은 공정성을 지각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조직 몰입을 보인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자신의 보상에 대해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함으로써 분배의 불공정성을 지각하게 된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와 대비되는 가장 큰 특징이 낮은 고용 안정성인데, 선행 연구에 의하면 모든 형태의 고용 불안(단기·장기 계약직)이 조직에 대한 헌신을 감소시킨다. 이에 따라 자신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조직을 떠나야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조직 내 이루어지는 제도 운용 절차 등에 대해 정규직 근로자만큼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조직의 절차가 공정하다고 지각하는 근로자들은 조직에 대한 신뢰를 쌓을 것이고, 이는 조직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절차 공정성과 관련해 절차가 실제로 시행될 때 상사와 부하 간의 의사소통 측면을 나타내는 상호작용 공정성은 조직 구성원에게 보다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의사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예의 바르고 정중한 방식으로 처우받았을 경우 공정성 지각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보다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문화에서 각 개인은 집단에 소속되기를 원하고, 더 나아가 그 집단 내에서 가치 있는 구성원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집단주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한국 문화에서 자신을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게끔 도와줄 수 있는 상호작용 공정성은 조직 몰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때 조직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계 형성이 어려운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자신의 상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상호작용 공정성이 조직 몰입을 높이는 데 크게 작용할 것이다.
△조직 공정성 확보 필요
전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1980년대 이후 증가해 왔다. 우리나라는 임시직 또는 일용직의 비중이 1990년대 초부터 증가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증가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유지해 온 정규직 위주의 고용 관행에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을 늘렸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건설업 또한 경기 침체 등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체들도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성과 향상을 위해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조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상이한 고용 형태를 운용할 경우 앞서 설명한 조직 공정성의 다양한 구성 요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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