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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국내 건설투자 중장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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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0-20 17:10:49   폰트크기 변경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의 건설투자는 과거 1990년대에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약 13% 수준까지 축소되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이 산업의 수명주기(industry life cycle)상 이미 쇠퇴기에 이미 진입했으며, 조만간 구미 선진국과 같이 10% 내외로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과연 국내 건설투자는 향후 어떤 방향과 속도로 변할까?

 건설투자 변화, 경제 발전 단계와 밀접 연관

 한 국가의 건설 활동은 해당 국가의 경제 발전 단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경제 성장을 위한 사회기반시설(SOC)이 건설 활동을 통해 구축되기 때문이다. 주거용 건축물 역시 국가의 경제 발전 수준, 즉 국민의 소득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양적, 질적으로 변화한다. Kuznets(1961)와 Burns & Grebler(1977) 등은 그들의 연구에서 국가의 소득 수준이 증가할수록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증가하다가, 일정 소득 수준 이후에는 감소하는 ‘역U자’ 형태의 모형을 주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Bon(1992)이 ‘역U자’ 형태를 지지하면서도, 선진국의 경우에는 건설 규모가 추가적으로 감소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Chia Fah Choy(2011)는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선진국의 경우 일정 시점 이후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추가적으로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그림 1> 참조).

   
<그림1>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의 변화 추이 모델


 OECD 국가들 국민소득 3만 달러 이후부터는 건설투자 횡보세

 OECD 국가들의 소득 수준별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의 평균치를 분석한 결과, 선행 연구들에서 주장한 것처럼 대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발전함에 따라 건설투자 비중도 증가하다가 일정 소득 수준부터는 건설투자 비중의 증가 현상이 멈추는 것이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구체적으로 1인당 GDP가 1만 3,000달러(2005년 기준 불변금액)를 전후한 시점에서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정점을 이루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OECD 국가들의 1인당 GDP가 3만 달러 초반대 이후부터는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추세적으로 감소하지 않는 특징이 나타났다. 이는 최근의 여러 학자들이 주장한 이론과도 동일한 결과인데, 구체적으로 1인당 GDP가 3만 달러 초반대 이후부터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횡보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도 소득 수준이 약 3만 달러를 초과해 본격적인 선진국 단계에 진입한 이후에는 GDP 대비 건설 투자 비중이 추가적으로 크게 감소하지 않고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2> OECD 국가들과 한국의 소득 수준별 건설투자 비중 비교



 우리나라의 건설투자도 OECD 국가들과 유사한 패턴 시현

 우리나라도 OECD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GDP 대비 총 건설투자의 비중이 ‘역U자’ 형태의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2005년 불변금액 기준으로 1인당 GDP가 1만 달러대 중반 내외에서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정점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우리나라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모든 소득 수준에서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보다 높게 형성된 특징을 보였다. 이는 우리나라가 6?25전쟁을 통해 대부분의 사회기반시설이 붕괴되어 건설 스톡(stock) 자체가 매우 적었고, 타 국가들에 비해 매우 압축적인 경제 성장 과정을 거치며 건설 스톡을 빠르게 확충한 결과로 판단된다.

 그러나, 1인당 GDP가 1만 7,000달러 이후부터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선진국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위축되었다.

 최근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의 평균적 건설투자 비중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에도 소득 수준 증가에 따라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건설투자 비중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주택경기 침체 영향으로 건설투자가 사상 최장기간의 침체를 지속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소폭이나마 선진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 평균보다 상회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아직 우리나라 주요 SOC 시설물 및 주택의 스톡이 선진국 대비 전반적으로 부족해, 건설 스톡의 관점에서도 당분간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 평균보다 소폭 높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면적과 인구를 동시에 고려한 도로연장 비율인 국토계수당 도로연장은 2012년 기준 우리나라가 1.5인 데 반해, 미국은 3.7, 일본은 4.9, 이탈리아 3.8, 독일 5.5, 프랑스 3.4, 영국 5.5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의 국토계수당 도로연장은 부족한 편이다. 주택 공급 관련 대표적 양적 지표인 천인당 주택 수 역시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으로 371호에 불과하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1990년에 인구 천명당 주택 수가 400호를 상회했다. 가구당 주거면적, 주택 건축비용 등에서도 선진국과 격차가 적지 않다.

 2020년 건설투자 비중 11%대, 2030년에는 9%대 전망

 향후 우리나라의 건설투자 흐름을 전망하기 위해 경제 성장(1인당 GDP 증가)에 따라 각국의 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동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계량적 모델을 정립해 보았다. 이 전망 모델식과 우리나라의 다양한 특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전망한 결과, 2020년에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1.0~11.5%에 이르고, 2025년에는 10.0~10.5%, 2030년에는 9.2~9.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한편, 국내 건설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2013~2020년 동안은 0.8~1.5%, 2020∼2030년 동안은 좀 더 위축돼 0.6∼0.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20년 이후에도 건설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신규 시설물의 신축 시장이 축소되어 쇠퇴 국면으로 진입하는 반면, 대신 유지보수 시장이 성장 국면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더 이상 감소하지 않게 된 주된 이유가 유지보수 투자의 활성화에 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우리나라의 기존 건축물 및 SOC 시설물의 유지보수 투자가 선진국 수준으로 당장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20년 이후 우리나라의 유지보수 투자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990년대에 SOC 시설물 및 건축물이 많이 건설되어 2020년 이후 사용 연수가 30년이 지나 노후화되는 시설물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SOC 예산 제약, 주택을 포함한 건축물 리모델링의 수익성 문제 등을 감안할 때 2020년 이후 단기간 내에 유지보수 투자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위에서 제시된 건설투자 중장기 전망치는 유지보수 투자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을 전제로 전망된 수치이다.

 <표 1> 국내 건설 투자의 중장기 변화 추이 전망

 2020년 이후 본격 선진국형 건설시장 전환, 정부 정책 및 기업 전략 선진국형으로 전환 서둘러야

 2020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약 11%가 되고, 2025년 이후 10%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은 202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건설시장이 본격적으로 선진국형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현재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 되는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대부분 평균적으로 11%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부는 도심재생, 리모델링, 주거용 건축물 및 SOC 시설물의 질적 고도화 등 유지보수 투자 활성화 관련 정책적 기반 및 재원 마련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것이다. 건설기업의 경우에는 신축 건설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유지보수 분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신기술, 마케팅, 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시장 창출형 영업을 지향해야 한다. 토목사업의 경우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장 창출형 영업이 필요하고, 건축사업은 마케팅, 설계 역량에 기반으로 고객의 잠재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시장 창출형 영업이 필요하다.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건축에 비해서는 공공 토목사업의 경우 더욱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공공 시장의 경우 발주기관의 예산 제약으로 인해 기존 시설물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신축보다는 유지보수 위주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중반 이후 유지보수 수요의 급증으로 신축 시장이 본격 위축될 전망이다.

   자국 토목시장의 위축에 대응해 운영 및 유지관리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흥국 시장 진출에 경쟁우위를 확보한 선진 건설사의 사례가 큰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일부  대형 건설사와 중견기업의 경우에는 세키수이하우스, 다이와하우스 등과 같이 주택건설업체가 임대 관리/자산 관리 기능을 확대하면서 Total Service Provider로 변화한 사례를 참조해야 할 것이다. 선진 기업처럼 SOC 시설물의 운영, 유지보수를 포함한 위탁 관리와 주택을 비롯한 건축물의 임대 관리/자산 관리 기능을 확대하고, 관련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향후 선진국 시장으로 진입하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큰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박철한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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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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