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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일본 건설업 허가제에서 얻을 시사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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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9-22 06:00:02   폰트크기 변경      
<연구기관 리포트> 일본 건설업 허가제에서 얻을 시사점은

 시공경험 검증ㆍ경영임원 자격요건까지

 시공참여자 제도화ㆍ업종분류도 격차

 한국의 제도를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면 가장 흡사한 국가가 일본이란 점을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다. 특히 건설 분야의 산업정책은 물론 발주제도, 나아가 건설기술의 발전 방향성 등은 일본과 거의 판박이인 경우가 상당하다. 동북아시아의 인접국으로서 오랜기간 축적된 문화적 유사성에 더해 우리보다 한걸음 빨리 경제성장 가도를 달렸던 일본의 산업화 경험들은 우리에게 더할 수 없이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고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오랜 침체기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이나 민간 건설기업, 나아가 건설기술자를 포함한 건설인들도 새로운 정책적 요구나 기술적 요구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바로 일본의 제도다. 건설인들의 해외연수 때 가장 인기있는 행선지가 일본인 이유도 다르지 않다. 실제 많은 건설인들이 ‘일본을 보면 우리 건설업의 미래 모습이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한다.

 보금자리주택 등의 직할시공, 공공공사의 주계약자공동도급제도, 전문ㆍ설비공사의 분리발주 논란에 이어 최근 소규모 복합공사란 새 영역을 놓고 종합ㆍ전문건설업계간 영토싸움이 재개됐다. 식을 만 하면 되풀이되곤 하는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는 건설산업 내 복잡다단한 업종 구분이 꼽힌다. 2008년 건설업종간 겸업제한이 풀렸지만 영업범위 제한은 여전하다. 칸막이식 규제란 비판도 나오고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다양한 이해관계나 주장을 떠나 일본의 건설업 분류체계상 특징들을 살펴본다.

 건설업 분류체계 한국 30종ㆍ일본 28종

 일본은 공공공사나 민간공사 구분 없이 건설공사 도급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건설업법’에 의거하여 건설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유효기한은 5년이며,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건설업 허가는 둘 이상의 지역에 걸쳐 영업소를 설치하는 경우 국토교통성의 허가를 취득해야 하며, 하나의 지역에만 영업소를 둔 경우에는 당해 지자체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런 구분은 영업소 소재지에 의해서만 구별되며, 전국 어디서나 영업이 가능하다. 작년 기준으로 2개 이상의 도도부현에 영업소를 두기 위해 국토교통성의 허가를 받은 업자는 9811명으로 전체 건설업자의 2.1%다.

 일본의 건설업종은 종합ㆍ전문건설업간 구분 없이 28종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일식(一式) 공사인 건축공사업과 토목공사업은 우리나라의 종합건설업 성격을 갖는다. 나머지는 전문건설업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공사업과 정보통신공사업, 소방시설공사업을 건설공사 범위에서 제외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이들 업종까지 모두 건설공사업 등록 체계에 포함하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건설업종 분류체계가 서로 다르다. 일례로 토건공사업, 조경시설물공사업, 철도궤도공사업, 수중공사업,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일본의 건설업 면허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시설물유지관리 업종의 경우 일본에서 구조물안전진단과 균열보수 부분이 용역업에 포함된다. 개보수 작업은 건축이나 토목면허 사업자가 수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ㆍ특정건설업종의 허가는

 건설업은 업종마다 일반건설업 또는 특정건설업 허가 중 하나를 취득토록 되어 있다. 경미한 공사를 제외하고 건설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원도급이나 하도급과 관계없이 일반건설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 발주자로부터 직접 공사를 도급받아 3000만엔(건축일식공사는 4500만엔) 이상을 하도급 계약해 시공하는 자는 특정건설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ㆍ특정건설업 여부의 판단은 도급금액상 한계가 아니라 하도급을 발주하는 액수로 결정된다. 또한, 공사 규모도 무관해 비교적 규모가 큰 공사를 원도급으로 수주한 경우에는 그 전부를 원도급해 직접 시공하거나 하도급 발주금액이 3000만엔 미만이면 일반건설업 허가로 시공할 수 있다.

 작년 일반건설업 허가를 취득한 곳은 44만9671개사, 특정건설업 허가를 받은 곳은 4만3061개사다. 일본의 일반건설업은 우리나라 종합건설업과 전혀 다르다. 오히려 전문건설업에 가깝다. 일본에 건설업자 수가 많은 것은 건설업 종사자가 거의 600만명에 달하고, 별도 면허 취득을 강제하지 않는 시공참여자나 설비업자 등 개인사업자도 건설업 허가를 취득해 활동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업 인력ㆍ재무 기준은

 일본에서는 건설업 허가를 받으려는 자가 법인인 경우 상근임원 중 1인(개인은 본인 또는 지배인 중 1인)이 갖춰야 하는 요건이 있다. ①허가를 받으려는 건설업에 5년 이상 경영업무 관리책임자로서 경험이 있는 자 ②허가를 받으려는 건설업 이외 업종에 7년 이상 경영업무 관리책임자로서 경험이 있는 자 ③허가를 받으려는 건설업에 7년 이상 경영업무 관리책임자에 준하는 지위(사용자가 법인인 경우는 임원 다음의 직제상 지위, 개인인 경우는 당해 개인 다음의 직제상 지위)에서 경영업무를 보좌한 경험이 있는 자 ④그 외 국토교통대신이 위와 동등 이상의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란 요건이다. 이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일반건설업 허가를 받으려면 영업소별 전임기술자도 확보해야 한다. 전임기술자의 요건은 ①지정학과(건설업의 종류별 지정학과)를 이수한 고등학교(6년제 중등교육학교 포함, 이하 동일)를 졸업한 후 허가를 받으려고 하는 건설업과 관계있는 건설공사에 5년 이상 실무경험이 있는 자 ②지정학과를 이수하는 대학 또는 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허가를 받으려는 건설업과 관계있는 건설공사에 3년 이상 실무경험이 있는 자 ③허가를 받으려는 건설업과 관계있는 건설공사에 10년 이상 실무 경험이 있는 자 ④1,2급 시공관리기사 등 국가자격자 중 하나다.

 그리고 국토교통대신이 이와 동등한 지식, 기술, 기능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도 가능하다. 해외자격 취득자, 해외공사 실무경험자의 경우 경영업무 관리책임자나 전임기술자가 되기 위해 국토교통성 인정을 받아야 한다.

 특정건설업 허가를 받을 때도 일반건설업과 동일한 조건을 요구할 뿐 아니라 필요한 기술인력의 자격은 오히려 더 강화했다. ①1급 시공관리기사 등 국가자격자 ②허가를 받으려는 업종의 건설공사에서 발주자로부터 직접 도급받아 그 도급금액이 4500만엔 이상인 것에 대하여 2년 이상 지도감독의 실무경험이 있는 자, 국토교통대신이 ①,②와 동등 이상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정건설업 중에서도 토목공사업, 건축공사업, 전기공사업, 관(管)공사업, 강구조물공사업, 포장공사업, 조원(造園)공사업 등 7개 업종은 ‘지정건설업’으로 규정해 1급 시공관리기사 등 국가자격자나 국토교통성이 인정하는 자를 요구한다.

 이와 함께 일반건설업 허가 때는 계약을 이행하는 데 충분한 재정적 기반 또는 금전적 신용을 요구한다. 자기자본액 500만엔 이상 또는 이를 조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허가신청 이전 5년간 허가를 받아 계속 영업한 실적이 있으면 자기자본액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특정건설업 허가는 8000만엔 이상 계약을 이행하는데 충분한 재정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이를 규정한 기준은 결손액이 자본금액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조건, 유동비율 75% 이상, 자본금 2000만엔 이상이고, 자기자본 금액 4000만엔 이상 중 하나를 요구한다.

 시사점은

 일본 건설업 허가제의 시사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와 달리 경영임원에 대한 자격요건을 둔 점이다. 대표자나 경영임원 중에 건설업 경력이 없으면 건설업 허가가 어렵다. 그리고 기술자격 뿐 아니라 해당공사 시공경험까지 검증한다. 우리나라는 기술자격만 볼 뿐, 해당공사 경험을 배제하지만 일본은 건축, 방수, 도장 등 각 업종별 실무경험을 검증한다.

 국내에서는 금지됐지만 시공참여자 등에 대한 건설업 영위를 허용해 제도화한 점도 눈에 띈다. 그리고 업종 분류 때 조경시설물공사업, 철도궤도공사업, 수중공사업, 시설물유지관리업 등이 없다. 이들 업종의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나아가 전기공사업, 소방시설공사업 등을 건설업종으로 분류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건설정책연구실장

 정리=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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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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