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에 베팅해온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대신 한국의 원화와 대만달러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7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위안화 약세 베팅이 중국 당국의 시장 안정화 노력으로 제약을 받으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의 자산 가치가 떨어질 것에 베팅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헤지펀드 크레스캣 캐피털은 중국과 한국 주가를 추적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매도 베팅으로 1월에만 4.4%가량의 수익을 냈다.
홍콩에 소재한 브라이트 스트림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한국의 원화와 대만달러가 하락할 것에 베팅했다. 이들 나라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커 중국의 경기가 부정적이면 해당 통화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트 스트림은 원화와 대만달러에 대한 매도 베팅으로 지난 1월 2.8%가량의 수익을 냈다.
브라이트 스트림의 카-헤이 입 매니저는 “이들 통화는 유동성이 좋고, 상대적으로 금리도 낮아 해당 통화에 숏 베팅하는 역 캐리(negative carry)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역캐리는 조달하는 통화의 금리가 투자해서 벌어들이는 자산의 금리보다 더 높은 것을 말한다.
그는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인민은행처럼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뿐더러 자본통제 위험도 더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크레스캣 캐피털의 케빈 스미스 창립자는 “(중국 주식과 한국 주식을 포함해) 중국이 환율 방어를 지속하는 한 중국 은행주에 대한 익스포저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중국 위안화 하락 베팅에 대한 대체 자산으로 캐나달러와 호주달러,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와 포테스큐,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 스웨덴 압축기 업체 아틀라스 콥코 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동안 절하 압력을 받던 위안화는 중국 인민은행의 개입으로 지난달 0.8% 소폭 오르는 등 안정된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대만달러의 매도 베팅에 대한 샤프 비율(Sharpe ratio)은 0.77, 원화는 0.62, 위안화는 0.1이었다.
샤프비율은 위험을 고려한 수익으로 위험을 한 단계 증가시켰을 때 거둘 수 있는 초과수익의 정도를 나타낸다.
브라이트 스트림의 입 매니저는 “중국의 성장에 의존해온 나라들은 정책적인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것이 직접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기보다 다른 아시아 통화에 숏 베팅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