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청사의 복합개발 설치 개념도 |
공공청사의 민간투자 방식의 복합개발을 허용하는 내용의 새 민간투자법이 지난 2일 공포되면서 공공청사 등 시설물의 복합개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악한 재정사정 아래 공공건축물을 적기에 신개축하기 힘들었던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로선 새 제도를 활용해 투자비 부담을 덜어내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필요한 청사와 편의시설 등 각종 기반시설을 적기에 확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실상 토지의 합리적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공공 기반시설과 수익창출이 가능한 건축물 간 복합개발은 현행법령상 이미 허용돼 있다. 다만 지자체의 미온적 태도와 이와 관련한 이해 부족 등의 이유로 실제 복합개발이 이뤄지는 사례가 적은 상황.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작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우체국 등 기존의 유휴 공공청사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시설 복합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는 그 일환으로 작년 8월 한국도시계획기술사회에 이를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최근 최종보고서를 납품받았다. 기존 유휴 공공청사를 주민편의시설 등과 복합개발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시민 복지를 위한 공공시설을 적기에 확보하고 이용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예산절감 효과까지 시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공공청사 복합화 실태는
공공청사의 종류부터 살펴보면 국가, 지자체의 청사에 더해 읍ㆍ면ㆍ동 단위의 주민센터, 경찰서, 소방서, 우체국 등에 걸쳐 다양하다. 다만 새 민투법상 민간투자를 허용하는 대상시설 중에서 경찰서와 지방경찰청은 고도의 정보와 보안이 필요한 시설이란 판단 아래 배제됐다. 실제 국내의 복합화 사례도 우체국과 주민센터에서 활발하다.
서울 대청역세권의 강남우체국은 건축물의 사전계획 단계부터 저층부와 중상층부를 구분해 중상층부를 임대사업 목적으로 활용하기로 한 사례다. 저층부는 우체국 시설이 자리했고 중상층부는 저작권위원회, 에스텍시스템, 에듀챌린지 등이 임차사용 중이다. 서울 중구의 중앙우체국도 비슷하다. 지하 2층∼지상 5층까지는 우정사업본부가 자리했고 8∼21층의 공간은 신한카드 본사 등이 입점했다.
국유지 관리의 대표적 비효율적 사례로 지목되기도 했던 서울 중구의 남대문세무서도 ‘나라키움 저동빌딩’으로의 복합화를 통해 연간 51억여원의 임대료 수입을 거둔 사례다. 전용 승강기를 사용해 시설 간 상충을 최소화했다. 서울 관악구의 은천동 주민센터, 행운동 주민센터, 인헌동 주민센터는 성격 차이는 있지만 공공이 활용할 강당, 도서관, 다목적실, 보육시설 등을 갖춘 복합개발 사례다.
반면 복합개발은 때때로 ‘과대 호화청사’로 내몰려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용인시의 시청사인 문화복지 행정타운이다. 총 연면적 중 시와 의회의 청사 비중이 47.6%이고 나머지는 준공공시설, 주민편의시설로 배치했지만 중앙정부가 호화청사 신축을 막기 위해 2010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청사 면적기준 범위를 제한했고 공공청사의 복합개발을 위축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도시마구 청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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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복합화 모범사례는
국내의 기반시설 복합화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아파트 등 과감한 주거시설이 병행되지 못하는 점이 한몫했다. 해외 쪽은 다르다. 대표적 사례로 일본 도쿄의 도시마구 청사가 꼽힌다. 공공청사와 아파트를 복합화해 단일 건축물로 설치한 일본 내 첫 사례이자, 세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건설된 첫 청사다.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총사업비(435억엔)의 절반 이상을 청사 11∼49층까지 자리한 아파트의 분양 수입으로 조달했고 나머지도 부지 임대료(70년간 정기 차지권)로 상당부분 충당했고 지역 내 주택공급 효과까지 일궈내 일본 내 다른 지자체의 참관이 끊이지 않는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12층 규모의 네덜란드 헤이그시 청사도 시 청사에 예식장, 사무실, 상가 등을 복합개발한 사례다. 호주의 애들레이드 시의회가 건설한 센트럴 버스터미널은 기존의 노외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터미널, 상가, 주거, 주차장 등의 복합화에 성공한 경우다. 1층은 버스터미널, 3∼5층은 공공지원 주택, 3∼6층은 400여대 용량의 주차장으로 건설해 도심의 주차난 등 도시환경 개선과 지역활성화 효과를 견인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청사, 근린생활시설, 주택을 단일 건축물에 복합화하거나 버스터미널과 공공주택을 섞어짓는 등의 복합건축이 활발하다. 이는 도시계획 제도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은 입체도로제도를 활발히 활용해 공공과 민간이 상호협력 아래 도시기반을 정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독일도 민법상 계약제도와 우리나라의 지구단위계획에 해당하는 B-플랜을 통한 입체적 범위 지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시가 A뉴타운 사업지역의 중앙부에 자리한 존치지역 내 공유지에 지상 4층 규모의 임대주택을 포함한 사회복지시설을 설치한 사례가 있다. 마을의 랜드마크이자,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춘 마을 공동체의 핵심공간으로 활용한 사례지만 이후 유사한 사례는 거의 없는 상태다.
복합개발 활성화할 제도적 대안은
청사 등 공공시설을 포괄한 기반시설 복합화는 도심 내 다양한 서비스의 복합화ㆍ고도화를 요구하는 수요 변화에 발맞춰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도시는 1982년 처음으로 도시계획시설의 중복결정 개념이 도입됐지만 개발행위 완화의 측면만 강할 뿐, 복합화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2000년대 주요 도시들이 성숙단계(2014년 도시화율 91.7%)로 접어들면서 도시기능 유지와 도시민 생활을 위한 기초적 도로, 공원, 철도 등 기반시설을 관리계획으로 결정한 도시ㆍ군계획시설도 입체적 결정 및 개발행위 완화를 통한 복합화 시도가 늘고 있다.
생산활동을 지원하고 경제개발을 촉진할 뿐 아니라 쾌적한 도시생활을 돕는 장점과 국민적 요구를 고려하면 청사 등 기반시설을 포함한 도시ㆍ군계획시설은 앞으로 변화의 범위와 속도가 넓고 빨라질 것이다. 반면 국내의 관련 제도는 여전히 미비점이 많다. 때문에 자칫 사회적 수요에 휩쓸려 도시ㆍ군계획시설이란 도시계획 운영상 시행착오가 발생할 우려가 크고 일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도심 내 장기미집행 도시ㆍ군계획시설과 일부 관련 수요가 축소 또는 과다추정돼 방치돼 민원의 대상으로 전락한 경우도 있고 도시 교외지역의 경우 시민이용 불편, 자연환경 훼손, 과도한 수용에 의한 시민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면 복합화는 도시계획 차원에서 한정된 토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 필요한 시설의 최적입지 확보도 가능할 뿐 아니라 쇠퇴한 기성시가지의 재생전략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제는 다양한 기반시설의 복합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 관련 제도 전반의 점검과 손질에 나서야 할 시기다. 한국도시계획기술사회는 도시ㆍ군계획시설 복합화의 명확한 범위와 기준을 마련하고 취지에 어긋나는 도시계획 결정을 보완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세부적으로는 민간이 운영ㆍ설치할 수 있는 도시ㆍ군계획시설 복합화의 운영규정과 도시ㆍ군계획시설의 중복ㆍ입체적 결정에 대한 조서 및 도면작성 관련 단일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공공성 측면에서 시설부지 내 비시설의 설치 허용방안과 입체 도시계획구역의 제도화를 검토해 지구단위계획지침상 특별계획구역처럼 건축물 용도, 규모, 밀도 등을 탄력적으로 허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입체도시계획구역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동시에 국유재산법상 행정재산의 사용허가 기간도 현행 5년 단위(갱신 때 추가 5년)에서 10년 단위로 연장해 입주자들의 통상적인 임차기간(10년)과 맞춰 시장현실을 반영하는 한편 복합화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 기준도 명확히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정리=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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