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로 채권시장에서 자본이 빠지고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대회전’(Great Rotation)이 일어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는 총 630억달러(약 75조원)가 유입됐고, 채권 펀드에서는 370억달러(약 44조원)가 빠졌다고 CNN머니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채권 펀드에서 빠진 돈은 대부분 바로 주식 펀드로 흡수됐으며 채권에서 주식으로 향하는 이 같은 자본 ‘대회전’이 2017년의 핵심적인 움직임이 될 것으로 BofA메릴린치는 전망했다.
이미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대선 이후 5.5% 상승했으며,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무려 8%나 뛰었다.
CNN머니가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Fear&Greed Index)도 19일 기준 82를 가리키며 시장이 ‘극심한 탐욕’에 차 있다고 나타냈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시장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린 상태를, 반대로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이 위험자산을 선호하며 탐욕에 가득 찬 상태임을 뜻한다.
미국 월스트리트 은행 대부분은 주식시장이 내년에도 더 상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주된 원인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에서 48번째로 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인 데다, 주요 보직도 억만장자와 CEO로 채우면서 집권 이후 친(親) 기업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는 또 막대한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는 물론 인프라 구축 사업에 1조달러를 쓸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으며 내년에는 3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악재가 된다.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CEO는 “신임 대통령은 이것저것을 하려고 하겠지만, 그에게는 마법 지팡이가 없다”고 표현했다.
트럼프를 공개 지지해 온 ‘기업 사냥꾼’ 칼 아이컨마저도 CNN 방송에 “주식시장이 너무 나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