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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재테크>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上. 진보의 부동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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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26 10:58:06   폰트크기 변경      
지나치게 높은 집값이 내수경기 침체의 원인우로 진단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수현(김윤석)은 선행에 대한 답례로 한 노인으로부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다. 어느 시점으로 갈지는 수현의 마음이다. 수현이 떠올린 과거는 첫사랑 연아(채서진)와 나누었던 소중한 시간이다. 그곳에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연아와 30년 전의 젊고 치기 어렸던 또 하나의 자신인 수현(변요한)이 있다.

  영화는 ‘타임슬립’이란 소재를 통해 30년간 변화한 한 인간의 삶을 짚어낸다. 그런데 이 30년의 시간 동안 변화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주인공 수현의 집이다.

 

   
30년 전 자신의 집으로 찾아간 수현(김윤석)

 

30년 전으로 돌아온 수현(김윤석)은 20대의 젊은 수현(변요한)의 집으로 찾아가 일갈한다.“넌 이사온 지가 언제인데, 집안 꼴이 이게 뭐냐.” 수현(김윤석)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집에 산다. 수현에게 집이란, 부동산이 아니라 한마디로 거주하는 공간인 셈이다. 사실 집을 ‘부동산’이라 부르는 국가들은 대개가 사회 양극화 문제를 안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이해하려면 지금까지의 부동산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 진보 경제학자들은 부동산이 우리나라의 실물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사회 양극화와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바로 부동산이라는 것이다.

사실 젊은 사람들이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분야가 바로 부동산이다. 즐비한 아파트 중에 내 집 하나 없다는 절망감이 2030세대를 막막하게 만든다. 열심히 일해 10년간 돈을 모아도 내 집 하나 장만하기가 어려운 시점이다.

해외의 도시경제학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주택정책, 특히 아파트 분양가 제한과 추첨 분양정책을 매우 강하게 비판한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돈 많은 사람들 주머니만 채운다는 거다. 실제 이러한 인식 하에 문재인 대통령은 주택청약을 한번도 넣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진보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투기 수요를 자극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현행 주택분양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인‘후분양제’공약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누락된 점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공약으로 후분양제를 내세웠던 영향이 컸다. 노 전 대통령은‘후분양제’도입을 통해 건설사가 소비자에 대해 절대적 힘의 우위를 갖고 있는 분양시장을 개선하려 했다. 물론 실현되진 않았지만, 앞뒤 상황을 따져보면 문재인 대통령 역시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진보 쪽에서는 이미 부동산 시장은 하락장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띄운 것이지 실제로 가격 하락에 대한 공포는 10년 전에 시작됐다는 거다.

진보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부동산 하락장이 우리나라 내수경기 침체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역임하며 문재인 캠프의 경제공약에 큰 영향력을 미친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도통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돈은 빌렸는데 부동산 가격이 기대만큼 많이 오를 것 같지 않으니 불안심리에 소비가 줄어든 탓”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대출했다는 것이다. 돈을 빌렸으면 즉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자기 소득과 비교하면 집값이 너무 높다 보니 여기서 모든 문제가 생긴다고 인식한다.

원금은 안 갚고 있다가 집값이 올랐을 때 집을 팔아서 갚겠다는 방식은 외국에서는 불건전 대출, 비우랑(Sub-prime) 대출로 간주한다는 거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은 80% 정도가 비우량 대출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지 않으면 언제라도 무너지게 되는 구조다.

원리금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이 돈을 빌려갔으니, 소비가 침체되면서 내수경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소득 대비 빌린 액수가 커서 원리금은 차치하고 매달 이자 내기도 빠듯하니, 사람들이 소비를 못하는 거다. 집을 사느라 무리해 돈 쓸 여유가 없다.

한마디로 진보쪽의 부동산관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자기가 만든 감옥에 갇혀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곳에 들어가 열쇠를 바깥에 버렸으니 나오지도 못한다는 것, 결과적으로는 집값이 하락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인식이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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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jh606@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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