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이른바 ‘강남 3구’로 불리는 송파(67만명), 강남(56만명), 서초(44만명)의 인구 수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5178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꺼내 든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 규제가 국민 96.8%가 사는 비강남권을 흔들어 놓고 있다.
고강도 집값 규제가 만든 ‘로또 아파트’들은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분양가상한제가 만든 ‘규제의 역설’이다.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커지면서 청약 열기는 더욱 달아오른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청약 당첨만 되면 3억∼5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청약 광풍을 촉발시켰다.
◇로또 아파트는 규제의 역설
실제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잇단 규제로 인해 시세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대상 아파트의 1㎡당 분양가격(작성기준월 포함 12개월 평균)과 부동산114의 아파트(재건축 대상 포함) 평균가격을 비교했다. 그 결과 지난 2월까지 수도권(19만원), 5대 광역시ㆍ세종시(59만원), 기타 지방(67만원)의 분양가격은 시세보다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서울은 지난 1월부터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9만원가량 낮게 형성돼 있다. 더구나 2월에는 그 격차가 -23만원으로 더 커졌다. 3월에는 강남 분양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확대가 예상된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서울의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낮은 것은 분양가 규제 탓”이라며 “시세 차익 발생 가능성이 추가 수요를 발생시켜 특정 단지의 청약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규제 역시 비강남권 시장을 뒤흔들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9일 기준으로 조사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0.11%로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역별로 온도 차를 보였다.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 4구 아파트값은 0.12%로, 지난주(0.06%)보다 상승 폭이 다소 커졌다. 송파구(0.06%→0.19%)와 강동구(0.10%→0.16%)의 오름 폭이 커져서다. 정부의 집값 규제 타깃 지역일수록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준공 이후 30년이 지난 아파트가 몰려 있는 양천구(-0.07%)와 노원구(-0.05%) 아파트 값은 떨어지고 있다. 노원구의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24주 만이고, 양천구는 2주 연속 하락세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여파가 강남권보다 비강남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다.
지방 아파트값은 더 떨어졌다. 경기도 아파트값(0.03%→0.05%)이 많이 올랐는데도, 전체 하락 폭(-0.06%)은 지난주와 같았다. 특히 부산(-0.12%)·충남(-0.13%)·울산(-0.13%) 등지의 하락 폭이 확대됐고 대구 아파트값은 보합으로 전환했다.
◇전문가 의견 묵살, 왝더독 정책 양산
정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집값 규제책을 쏟아내는데도 정작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116.7로, 전분기(110.3)보다 6.4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11년 4분기(119.4)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를 말한다. 지수 100은 소득 중 약 25%를 주택구입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한다는 것으로, 숫자가 높아질수록 부담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도 작년 4분기 61.3으로 전 분기(60.1)보다 1.2포인트 올랐다. 전국 지수는 2012년 2분기(65.3)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가격통제 정책으로 집값을 잡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오로지 강남만 쳐다보고 집값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강남권 집값 열기를 식히려 찬물을 계속 끼얹는 동안 전체 주택시장은 빠르게 식고 있다. 올해 1∼3월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0.3%)보다 5대 광역시(-66.0%), 기타 지방(-22.0%)의 감소 폭이 크다.
집단대출 협약의 어려움, 중도금 대출 보증여건 변화, 청약 요건 강화, 수요자 금융규제 강화 등으로 전반적인 주택 공급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분양승인 물량은 31만2000가구로, 전년보다 33.5% 줄었다. 2015년에 52만5000가구의 분양승인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감소세가 가파르다.
이상호 건산연 원장은 “최근 건설ㆍ주택 정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전문가 의견은 묵살한 채 정치적 잣대만 고집하고 있다”며 “안전관리비, 입찰 제도, 하도급, 주택 규제 등과 같은 왝더독 정책이 난무하는 것도 결국 전문가를 제때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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