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美 달러 '나홀로 강세'... '글로벌 머니무브' 조짐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18-05-08 15:16:50   폰트크기 변경      
美 국채 10년물 금리 3% 넘어서... 신흥국 채권펀드는 2주 연속 순유출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경제 회복 속도에 격차가 벌어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자금 흐름의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

경기회복 흐름이 견조하게 이어지는 미국과 달리 일본과 유럽, 중국 등 여타국은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이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고금리를 좇아 글로벌 투자자금이 움직이는 대규모 ‘머니무브’가 발생하면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과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실업률은 3.9%로 집계됐다. 2000년 12월 이후 17년여 만에 실업률 4% 선이 무너지고 ‘완전고용’으로 인식되는 3%대로 진입한 것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2.3%였다. 작년 4분기(2.9%)보다는 다소 주춤했지만 계절적 요인의 영향일 뿐 탄탄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미 연준은 지난 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대칭적’인 2%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 목표인 연준이 이처럼 목표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서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해진다.

하지만 나머지 주요국이나 신흥국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6일 회의에서 기준금리와 예금금리를 동결했다. 오는 9월까지 매달 300억유로 규모로 하는 자산매입을 유지하고 필요하면 이를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어 발표된 올해 1분기 유로존의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에 머물렀다. 영국의 1분기 GDP 역시 전 분기 대비 0.1% 증가에 그쳐 2012년 4분기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영국의 마켓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달엔 영란은행(BOE)이 오는 10일 열리는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지표 부진으로 이런 전망은 급격히 힘을 잃었다.

영란은행이 5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던 바클레이즈는 지난 3일 인상 관측을 접고 동결 전망으로 돌아섰다.

일본은행도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현행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2019회계연도에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겠다는 성명의 문구를 삭제했다.

한국도 1분기 성장률은 1.1%로 호조를 보였지만 주요 기업 구조조정, 수출 감소세 전환, 치솟는 청년실업 등의 악재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작년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6년여 만에 통화정책 방향의 전환을 예고했지만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추가 인상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1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던 소시에테제네랄(SG)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거시지표 부진으로 한은이 올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을 변경했다.

이처럼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경제성적표와 통화정책 기조에 격차가 생기자 금융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지만 다른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자 유럽과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지수(DXY)는 지난 4일 92.566으로 4월 초 대비 2.9%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화 환율은 유로당 1.1960달러로 연중 최저치에 근접했고 엔화는 달러당 110엔을 바라보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JP모건 신흥시장(EM) 통화지수는 달러화 대비 4.2% 하락했다. 터키,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가파른 통화가치 절하를 겪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5일 3%를 넘었고  현재 2.9%대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와 미 국채금리 강세는 바로 신흥국 시장에 부담을 안겼다.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 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1주일간 글로벌 이머징마켓(GEM) 채권펀드에서 10억달러(약 1조800억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이는 2월 이후 최대 규모이며 2주 연속 순유출은 16개월 만에 처음이다.

페데리코 콘 UBS애셋매니지먼트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는 FT에 “작년에는 모든 것이 신흥시장에 좋게 돌아갔다”며 “하지만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를 넘어가면서 사람들이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채권과 비교해 신흥시장 주식펀드는 소규모 순유입으로 선방했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약세가 두드러진다.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는 1,136.17로 올해 2월 찍었던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세계 무역 갈등에 더해 미국의 ‘나 홀로’ 금리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신흥시장을 비롯한 미국 외 지역의 시장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달 월간 리포트에서 “글로벌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을 하회하고 미 보호무역 조치 실시, 미 장기금리 상승세 지속 등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 조정압력이 증가할 소지가 있다”며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확대되면 대외충격에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과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프로필 이미지
김기봉 기자
test@naver.com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