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오니 이른바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로 불리는 경의선 숲길을 따라 개성있는 카페, 레스토랑, 펍 등이 즐비했다. 연남동은 국토교통부가 올해 초 발표한 서울지역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1위인 마포구에서도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지역이다.
최근 젊은층의 핫플레이스로 주목받으면서 건축 열기도 뜨겁다. 경의선 숲길과 동진시장 사이 주택지는 좁은 골목마다 2∼3개씩 단독ㆍ다가구주택 건물을 상가로 바꾸는 신축, 증축,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이제 갓 완공된 3층짜리 다가구주택에는 세입자를 찾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바로 옆에선 5층짜리 상가건물의 골조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100여m를 더 가보니 4층짜리 신축 건물공사를 위한 가림막이 쳐 있다. 2개동 너머 3층짜리 다가구주택은 최신식 건물로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인근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년 전 3.3㎡당 2000만원 수준이던 연남동 단독ㆍ다세대주택 가격이 최근엔 5000만∼8000만원선을 웃돈다”면서 “저층 단독ㆍ다가구 주택을 사서 용적률 상한에 맞춰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려는 건축주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연남동 인허가,착공 현장 | ||
자료=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 |
대한민국 곳곳에 무자격 건설업자들이 지은 ‘짝퉁 건축물’이 넘쳐나고 있다.
<건설경제>가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를 통해 최근 1년간 연남동에 신축, 증축, 대수선 인허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07건이고 이 가운데 신축이 42건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 건축공사가 정점을 찍었던 2016년 9월부터 1년간 인허가 건수를 보면 무려 343건이다. S공인중개소 대표는 “단일 지역에서 이 정도 물량을 소화하려면 등록 건설업체만으론 안된다”면서 “무자격 시공 현장이 많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뜸했다.
이런 신축 공사 대부분은 연면적 200∼661㎡ 규모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개정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축주 직접 시공이 추가로 금지된 영역이다.
그 동안 주거용 건물은 연면적이 661㎡ 이하인 경우, 비주거용 건물은 연면적이 495㎡ 이하이면 건설업 등록업체가 아닌 건축주가 직접 시공이 가능했다. 지금은 주거ㆍ비주거용 모두 연면적 200㎡가 넘는 건축물과 다가구ㆍ다중주택은 건설업을 등록한 정식 건설사가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가 면허를 빌려 수백∼수천채의 건축물을 짓고난 뒤 폐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경기지역 B건설 대표는 “수도권 빌라의 90% 이상이 건설업 면허 대여를 통한 무자격자들에 의해 지어지고 있다”며 “각 설계사무실마다 면대(면허 대여) 브로커들이 세일즈하러 다닌다”고 주장했다.
무자격 집장사가 땅주인한테 ‘돈 벌어줄테니 건물 짓자’고 하고, 건설회사 면허(등록증)를 돈 주고 사서 멋대로 시공한다는 것이다. 기술자 7명을 보유한 한 업체는 1년 간 전국에서 무려 720여건의 착공신고를 했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장선호 경감은 “무자격 건축업자들이 지은 건축물들은 하자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건설기술자조차 공사현장에 배치하지 않아 부실시공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S개발 임원은 “무자격 시공은 사회악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건축주 직영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의 저자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전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주 직영제는 사실상 집장사들이 건설 면허를 빌려서 지으라는 제도”라며 “경제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부조리한 일이 벌어지고, 사회적으로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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