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취업한 외국인들에게도 내국인 전용 주식인 A주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9일 중국에 거주하는 취업 외국인도 A주를 거래할 수 있는 증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 정부는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 스톡옵션으로 자사주를 보유하려는 상장사의 외국인 직원 등에게만 제한적으로 A주 직접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취업증을 갖고 중국에서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직접 현지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 중국인들과 똑같이 A주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중국에서 취업증을 발급받아 체류증인 외국인은 24만2000명가량이다.
기존에도 외국인들은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거래)이나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거래) 제도를 통해 중국 A주를 직접 거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강퉁이나 선강퉁 제도를 통한 중국 A주 거래는 복수의 증권사를 거침으로써 거래 수수료가 높고 시스템도 복잡했다.
따라서 새 제도가 시행되면 중국 현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더욱 낮은 거래비용으로 손쉽게 현지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들어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가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서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하는 등 중국 증시가 부진한 상황이어서 추가 개방 조치가 유의미한 신규 투자 유입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 공세에 맞서 자유무역 질서 옹호를 강조하면서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를 대폭 축소하는 등 대외개방 조치 확대를 선언한 바 있다.
훙하오 자오퉁은행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 외국 투자자들이 A주에 접근할 수 있는 여러 채널이 있어 국내 외국인에게 A주 거래를 허용해도 바로 투자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진일보한 중국 자본시장 개방 조치”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