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6년 만에 ‘최악의 달’로 10월을 마감했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TSE 전세계지수는 지난달 7.55% 하락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12년 5월 9.35%의 하락률을 보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3211개 종목 가운데 3분의1이 올해 들어 2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 증시 전반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달 6.94% 하락해 1조9100억달러(약 2179조원)를 잃었다고 CNBC는 하워드 실버블랫 S&P다우존스인다이스 분석가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유럽 증시를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스톡스(Stoxx) 유럽 600 지수는 5.63% 하락했고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9.59% 하락했다.
한국의 코스피는 지난달 13.37% 급락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23.13%)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고 기술주 비중이 큰 대만 자취안(加權)지수 역시 10.94% 하락해 10년 만의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달 10.11% 하락함으로써 월간 기준 6개월 연속 내렸다. 이는 36년 만의 최장 하락세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를 아우르는 CSI 300 지수는 2016년 1월 이후 최대 폭인 8.29% 하락했으며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9.12% 내렸다.
지난달 세계 증시를 먼저 뒤흔든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와 그에 따른 미국 시중 금리 상승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초 미국 금리가 여전히 중립금리로부터 한참 멀리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주의에 따른 무역전쟁이 가세하며 내년부터 미·중 양대 경제국을 필두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져 투자심리를 급격하게 흔들었다.
올해 중반까지 세계 증시를 이끄는 힘이었던 미국 상장사, 특히 주요 기술주들이 흔들린 것은 심리를 흔드는 결정적인 신호가 됐다. 그간 세계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몸집을 불려온 미국 IT기업들이 기업환경의 변화 속에 현재를 정점으로 성장이 둔화 또는 정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CNBC에 따르면 지난 9월20일 이후 미국 대표 기술주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시가총액은 3030억달러(약 346조원) 증발했다.
이탈리아 재정확대 예산안을 둘러싼 유럽연합(EU) 내 갈등,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세의 불확실성, 영국이 EU와 합의를 하지 못한 채 EU 단일시장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등 지정학적 변수도 악재로 거론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각으로 이달 증시를 보고 있다. 세계 증시에서 추락하던 주요 주가지수가 10월 마지막 이틀간 기사회생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바클레이스 분석가들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 절반가량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대다수가 예상치 이상의 실적을 보고했고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매디 데스너 JP모건 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는 FT에 “모두의 속이 뒤틀리는 한 달이었다”며 “하지만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보면 여전히 강세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 무역전쟁,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증시의 악재는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리처드 터닐 블랙록 최고투자전략가는 “미래 실적 성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태로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