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에 시달려 온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등 독일의 양대 은행이 합병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이들 은행이 합병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로이터 등을 통해 제기된 두 은행의 합병 추진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런 상황, 그리고 어떻게 돼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고 답했다.
독일 당국은 자국 산업 지원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대형 은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합병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또 양측 사정에 밝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도이체방크 이사회가 코메르츠방크와 합병 실현 가능성에 대해 협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두 은행 간에는 극히 소수가 참가한 가운데 첫 공식 협의도 열렸다. 도이체방크 이사회로부터는 1주일 이상 이전부터 합병 협상에 나서라는 위임을 받았다고 한다.
합병이 성사되면 HSBC홀딩스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다만 협상은 매우 초기 단계여서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도이체방크의 2대 주주도 합병에 회의적이며, 두 은행 노조도 고용 불안을 우려해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독일 정부 내에서도 합병 시에도 보유자산 재평가를 하면 수십억유로 규모의 자본 부족이 발생하고, 도이체방크의 고비용 구조 때문에 경영 정상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합병 후의 은행은 독일 소매은행(개인과 중소기업 대상) 부분에서 20%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의 합병 후 시가총액은 256억유로(약 32조7229억원)를 넘어선다.
이들은 독일에서 은행 서비스는 무료 또는 낮은 수수료로 제공되는 경향이 있지만, 합병 후 은행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두 은행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몇달 전부터 억측이 나돌았지만 지난 10일 독일지 디벨트 일요판에 두 은행이 합병과 관련한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표면화됐다.
이 신문은 독일 정부가 두 은행에 대해 몇주 이내에 합병 여부 결정을 내리도록 요구했고, 두 은행은 정부의 압력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독일 재무부는 이런 보도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측도 모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독일 정부는 코메르츠은행의 주식 1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지난 5년간 73%나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