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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에필로그] 호실적의 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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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04 05:00:10   폰트크기 변경      
     

건자재, 인테리어 업체의 2분기 실적을 보면 딴 세상 같다. IT,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체로 매출,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상대로 선방한 실적을 내고 있다. 한샘은 2017년 이후 다시 2조원대 진입 가시권에 들었고, LG하우시스도 전체 실적은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건축자재 부문에서는 양호한 성과를 냈다.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리바트 등도 선방했다는 예측이 나온다.

건자재, 인테리어 업체는 코로나19발 경제 위기 속에서 어떻게 실적을 지켜냈을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2020년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집에서 지낼 수밖에 없고, 집을 살수밖에 없어 집 때문에 울고 웃는 현실 말이다.

업체들의 실적은 온라인과 인테리어 시공 부문에서 견인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자 밖에서 하던 활동을 집 안으로 들여오기 위한 소비로 이어진 효과다. 이제 집에는 사무실, 운동공간, 야외를 대체할 베란다 정원이 필요해졌다. 실제로 온라인 인테리어 몰에서는 재택근무하는 부모, 온라인 강의 듣는 자녀를 위한 책상세트와 베란다 바닥용 데크, 벤치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해외여행도 못 가는데 이참에 그 돈으로 소파를 바꿔 편하게 쉬려는 마음은 때아닌 소파 성수기를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한 편에서는 낡은 집을 매입해 고치는 수요도 크게 늘었다. 새 아파트 분양받을 가능성은 낮고, 자녀 교육과 직장 등을 고려해 좀 더 나은 지역의 구축 주택으로 이주한 수요다. 30평 기준 평당 공사비 100만원 정도를 들이면 그럴듯한 새 집이 된다. 한샘 리하우스, 유진기업 홈데이, KCG 홈씨씨인테리어 정도였던 브랜드 인테리어 시장에는 LG하우시스, 현대리바트, 현대L&C 등까지 뛰어들어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선두주자인 한샘의 실적이 가능성을 입증하자 빚어진 풍경이다.

이러한 수요의 변화가 기업의 매출 증대를 이끌고 있지만 발전적인 현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이미 있었던 제품과 서비스가 때를 만난 것 뿐이다. 몇 해 전 건설경기가 활황을 보이고 재건축 현장에서 새로운 자재 수요가 늘어났을 때는 경쟁적으로 신기술, 신제품을 쏟아내며 매출 증대까지 이끌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만든 호실적의 뒷 맛이 쓰다.

 

문수아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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