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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데이터센터’ 잇단 도전장… 정부 ‘뒷짐’에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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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8 06:00:13   폰트크기 변경      
거꾸로 가는 ‘디지털 뉴딜’
   
네이버가 세종시에 조성하는 제2 데이터센터 조감도.

 

 IT 기업들이 주도하던 시장

GSㆍ현대ㆍSK건설ㆍ효성重 등

‘개발ㆍ시공ㆍ운영’ 나섰지만

민원에 부지 조성부터 ‘발목’

사업추진 제도적 지원 미비

 

# 지난해 6월 네이버가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조성하려던 ‘제2 데이터센터’ 사업이 무산됐다. 약 4만명의 고용과 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계획돼 있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네이버가 ‘백기’를 들었다. 센터 운영에 필요한 특고압 전기공급시설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비상발전ㆍ냉각탑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주민 건강에 위협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네이버는 결국 4개월 뒤 전국 지자체 공모를 거쳐 세종시에 데이터센터 조성을 확정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자, 언택트ㆍ디지털 경제를 선도할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지만 사업자에 대한 정부 및 제도적 지원은 아직 미비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업계도 개발과 시공, 운영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섰지만 관련 입법 등 정책적인 지원이 동반되지 않으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SK건설, 효성중공업 등은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버와 각종 통신장비, 데이터 저장설비 등을 집적한 시설이다.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확산되면서 시설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 네이버ㆍ카카오 등 IT기업들의 전유물이었던 데이터센터는 최근 건설업계에도 신사업, 신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 도급만으로도 수천억원대의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고 자체 개발ㆍ운영에 나설 경우 더 높은 수준의 마진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일감이 줄어든 개발시장의 대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네이버가 발주한 세종시 제2 데이터센터 1단계 토목시공 및 시공컨설팅 본계약을 체결하고 착공했다. 대지 면적 29만3697㎡에 서버 및 운영지원 시설을 포함한 건축 면적이 4만594㎡에 달한다. 네이버의 총 투자금액은 6500억원 규모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한국판 뉴딜의 큰 축으로 ‘디지털 뉴딜’을 천명했다.

오는 2025년까지 데이터 시장 규모가 43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총 58조2000억원을 투입해 공공서비스의 80%를 디지털로 전환하기로 했다. 행정ㆍ공공 인프라를 모두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계획으로, 이를 실현할 데이터센터 확충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글로벌 IT 공룡 달려가는데…규제 묶여 ‘쩔쩔’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사업여건은 녹록지 않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무산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증되지 않은 전자파 등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우려로 지속적인 반발을 피할 수 없었고, 이런 민원에 대한 대응 및 관리가 역부족이었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사업 참여를 갈망하던 업체들은 네이버-용인시 사례에 대한 상실감이 컸다. 구글, MS, 아마존 등 글로벌 데이터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조성 과정에서 찾아볼 수 없던 사례”라면서 “주민과 지자체들의 부정적 인식은 물론, 부지 선정 문제 등으로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데이터센터 조성을 위해 부지를 개발해야 할 건설사 등은 부지 선정 단계부터 애를 먹고 있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대용량 서버와 통신장비, 데이터 저장장비 등이 밀집돼 있어 많은 전력 공급량을 필요로 한다”며 “그런데 토지주가 아니면 해당 부지에 대한 전력 공급량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고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데이터도 꽁꽁 묶여 있어 ‘비공식적’ 방법으로 토지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B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중순 디지털 뉴딜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 업계의 사업 추진 상황과 정책 지원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며 “관련 발표 이후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세부 지침도 전혀 나온 것이 없어 사실상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한곳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데이터센터 도전 잇따라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건설업계의 데이터센터 사업 추진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체계적인 정책 및 제도적 지원이 수반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망사업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영국계 사모펀드인 액티스, 파빌리온 자산운용과 에포크PFV를 설립해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는 약 3800억원으로 이 중 액티스가 1200억원, GS건설이 3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이 사업은 GS건설의 단순 도급 사업이 아닌 직접 개발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GS건설은 향후 이 데이터센터의 운영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자회사 에브리쇼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신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고, SK건설 역시 SK C&C와 함께 데이터센터 조성에 나서기 위해 지난 7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하이테크 사업 부문 내 데이터센터사업 그룹이 신설됐다.

HDC현대산업개발도 NHN과 협약을 맺고 경남 김해시 부원동 일대에 500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섰다.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한 대림건설 역시 관련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전력ㆍ공조 등 설비와 에너지 절감 기술 등 고난도의 시공이 필요한 건축물”이라며 “최상위 수준의 건설사들만이 수행 가능한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지만, 건설사가 직접 개발과 시공, 운영까지 나설 경우 고난도에 비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권성중기자 kwo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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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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