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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정리하는데, 맨발 여섯 쌍만 동그랗게 모여 있는 사진이 눈에 띈다. 두어 해 전에 문우들과 문학 기행 갔을 때 찍은 것이다.
우리는 통도사 자장암 근처에 난 오솔길을 걷다가 제법 장쾌한 물소리에 이끌려 계곡으로 내려갔었다. 물속의 돌은 긴 가뭄 끝에 내린 비에 씻겨 물이끼 하나 없이 맑고 깨끗했다. 시원한 물에 삼삼오오 발을 담그고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한참 후에 너른 바위 위에서 어린아이처럼 이마를 맞대고 둥글게 어깨동무했다. 사진 담당 문우가 동그랗게 모인 맨발만 가득 찬 카메라 모니터를 내밀며 자기 발을 찾아보라고 했다.
너도나도 호기롭게 손가락을 내밀었으나, 아무도 자기 발을 알아맞히지 못했다. 모두 주인을 위해 고생한 제 발도 못 찾는다고 한탄 아닌 한탄을 했다. 그 끝에, 명승 고찰에 와서 ‘너희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매사에 겸손하라.’라는 가르침 한 자락 얻었다고 자위했던 기억이 오롯하게 피어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로 시작하는 노래의 제목인 <타타타>는 ‘있는 그대로(眞如)’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가 너를 알고, 네가 나를 알고자 함은 이웃과 상호작용을 잘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이 노래에 담긴 뜻만 제대로 알아도 세상이 따뜻해질 테다.
나는 이웃은커녕 제 발 하나 제대로 가려내지 못할 만큼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 그런데도 ‘내 일에 콩 놔라, 네 일에 팥 놔라.’ 하며 물색없이 오지랖을 떨고 다녔다. 계곡에서 어렵사리 얻었던 깨우침을 제대로 행하지 못하고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낸 지난날을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안경을 고쳐 써가며 뚫어져라 쳐다봐도 사진 속의 내 발 찾기는 오늘도 오리무중, 숨은그림찾기다.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르는데 언제쯤 세상의 참모습을 알아볼 것인가.
조이섭(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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