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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할아버지의 활약이 돋보인다. 벌써 네 번째다.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가볍고 목소리는 힘이 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할아버지를 우리도 반갑게 맞는다. 배달할 빵이 담긴 종이봉투를 건네자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매장을 나간다.
여쭤보지 않아 정확한 연세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아 일흔은 족히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꼿꼿한 몸과 민첩한 동작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인사할 때는 허리를 굽히고 말씨도 정중하다. 젊은이들이 진부한 사고방식에 갇혀 훈수 두는 노인들을 비하해 부르는 ‘꼰대’라는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할아버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배달서비스는 이제 현대인의 생활방식이 되었다. 코로나19도 배달문화를 부추겼다. 기존의 배달은 오토바이를 가진 젊은 남자들 위주였다. 하지만 배달인력이 부족해지자 각 업체에서는 다른 인원을 수용하게 되었다. 빵집에 도보 배달원이 나타난 것도 올여름이었다. 그들은 주로 여자와 노인이었다. 할아버지도 그즈음 일을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에는 순전히 걸어 다닌 듯 하루에 두어 번이 전부였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헬멧을 쓰고 나타났다. 밖에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배달이 많아졌음을 의미했다.
할아버지가 특별해 보인 건 순발력과 시대 적응력 때문이다. 배달을 하려면 휴대폰을 잘 다루어야 한다. 그러니 스마트폰 이용에 취약한 노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할아버지는 나이에 갇히지 않는 사고방식을 가진 듯해 그 적극성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몸이 날렵한 것도 남다른 노력의 결과일 테다.
누구나 세월을 비껴갈 수 없고 사회에서 물러날 날도 찾아온다.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문득 따라붙는 물음 앞에 정신이 번쩍 든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고 슬기롭게 산다는 것, 미래를 위한 저축이 아닐까 싶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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