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마음의 창] 아빠의 좋은 점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0-12-09 07:00:14   폰트크기 변경      
   

은정아, 넌 우리 아빠 좋은 점이 뭔지 알아? 언젠가 언니가 물었다. 나는 언니가 아빠를 싫어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빠의 좋은 점을 말하려고 하다니 놀랍고 의아했다. 아빠한테 좋은 점이 있어? 그렇게 묻는 내게 언니는 말했다. 당연하지. 사람은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있어. 우리 아빠의 좋은 점은 어떤 사람의 빈 자리에서 그 사람 흉을 보지 않는다는 거야. 아주 훌륭하고 좋은 점이지.

 

 가만 생각해보았다. 그런 것도 같았다. 나보다 아빠를 더 오래 겪은 언니니까 아마 맞는 말이었을 것이다. 우리 아빠는 험담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을 놓고 험담을 해도 동요하지 않았고 동참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말리지도 않았다. 세 딸이 둘러앉아 특정인을 헐뜯어도 가만가만 듣고만 있었다.

 

 나는 아빠의 좋은 점을 알게 된 것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언니가 더 신기했다. 아빠의 좋은 점을 찾아내서 그걸 동생에게 알려줄 만큼 아빠와 사이좋은 부녀는 아니었다. 오히려 싫어하고 원망하고만 살아도 이해할만한 딸이었다. 그날 언니에게 들었던 말을 평생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언니가 알려준 아빠의 좋은 점과 함께 아빠의 좋은 점을 알려준 언니의 심성까지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처럼 내 가슴에 눌러앉았다.

 

 언니의 영향인지 아빠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습관처럼 험담을 즐기는 사람들을 싫어하게 되었다. 험담에 드러난 결점이 사실일지라도 동참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건 명백히 언니가 준 영향일 텐데,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서도 좋은 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아빠의 좋은 점을 발견해서 알려준, 어쩌면 별 것 아닌 그 사소한 말이 오랜 세월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는 눈이 선하면 좋은 점만 보게 되고 말하는 입이 노글노글하면 예쁜 말만 하게 될 테니 평생 노력할 일이다.

 

이은정(소설가)



〈e대한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