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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팔자를 바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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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2-16 07:00:25   폰트크기 변경      
 
 

 당시 살았던 시골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흰머리에 안경을 쓴 약사님은 비 오는 날 면접을 보러 간 나를 안경 너머로 한참 쳐다보았다. 내 이력서를 보고 흥미로워하던 약사님은 그 자리에서 나를 채용했다. 약사님은 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 지식의 범위가 넓고도 깊어서 나는 약사님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다.

 

 밤새 울다가 출근한 날, 내가 물었다. “약사님. 팔자는 타고 날까요?” 타고 난단다. “그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겠네요?” 그렇긴 한데, 방법이 딱 하나 있단다. 적선. 베풀라는 뜻이었다. “어떻게요? 가진 게 없는데….” 말 한마디, 웃음 한 줌도 적선이란다. 나는 그때부터 팔자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사람을 만나면 최대한 활짝 웃었고, 내 말의 온도를 점검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가슴이 젖은 사람에게 다가가 함께 울어주기도 했던 것은 어쩌면 울음도 적선이 될 수 있으리라는 나의 응용이었다.

 

 이제 나는 결과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말하기 전에 말 온도를 재며, 가끔은 함께 울어주는 것. 그것들은 정말 팔자를 바꾸게 했다. 내가 베풀고자 한 행동이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내게로 돌아온 것이다. 많은 사람이 위로의 말을 건넸으며, 진심으로 울어주었다. 밥을 굶는 내게 쌀을 보내주었고, 차비가 없는 내게 구겨진 지폐를 건넸다. 죽고 싶은 내게 살자고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도 알고 보니 나만큼 지난했던 과거가 있었던 분들이었다. 그분들 역시 자신이 받았던 것들을 내게 되돌려준 것이다.

 

 ‘아이고, 내 팔자야!’ 하고 한탄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에게 다가가 웃으며 인사하고, 따뜻한 말들을 건네야 한다. 울고 싶은 사람과 함께 울어주고, 죽고 싶은 사람의 손을 잡아당겨 주어야 한다. 그 덕이 모여 새로운 팔자가 된다. 팔자는 바로 내가 만드는 것이었다.

 

이은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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