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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12월의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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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2-18 07:00:18   폰트크기 변경      
 
 

12월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달력 앞에 서서 멍하게 남은 숫자를 들여다봅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도, 그렇다고 깨끗이 포기하기에도 어정쩡한 날들이 주변을 조급하게 합니다. 전국이 영하권에 들었고 여기저기에서 첫눈이 폭설로 변했다는 소식이 날아옵니다.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산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산자락 어디 작은 초가에 스며들어 군불을 때고 절절 끓는 아랫목에 누워 사락 사락 눈 내리는 소리를 밤새 듣고 싶습니다.

 

 나는 겨울이 참 좋습니다. 꽃 피는 봄도 좋고, 초록이 무성한 여름도 좋고, 색색의 단풍이 고운 가을도 좋지만 이 황량한 겨울을 그 어느 계절보다 좋아합니다. 한 여름 딱 한 달을 빼고는 연 중 내내 양말을 신어야 하는 사람이, 가을이 시작되기 바쁘게 내의와 담요를 챙겨야할 만큼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겨울을 좋아한다고 하면 지인들은 뭔 소리냐고 의아해 합니다. 그러면 나는 내 겨울을, 나를 홀리는 겨울산을 얘기해 줍니다.

 

 나목들과 그들 사이로 훤히 다 보이는 산의 능선과 오솔길과 바위들과 청청한 하늘. 숲이 울울창창할 땐 드러나지 않던 것들이 어디에 서서 바라봐도 속속들이 후련하게 보입니다. 그러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지요. 자신을 가리고 있던 무성한 꽃과 잎들의 시절을 미련 없이 다 떨어내고, 깊숙하게 품어 주던 새둥지와 남몰래 앓은 상처까지 다 보여주는 겨울산. 살다보니 사람도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온갖 겉치레를 다 떨어낸 사람. 겨울처럼 서늘하고 투명한 사람.

 

 겨울에 가 닿지 않고서야 어찌 겨울을 안다고 하겠습니까. 자연 속에서 지혜롭게 사는 인디언 부족들은 12월을 ‘무소유의 달’ ‘모두가 침묵하는 달’ ‘다른 세상의 달’이라고 부른답니다. 한해의 끝자락에 닿아서야 나는 늘 ‘무소유’와 ‘침묵’과 ‘다른 세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어눌하게나마 버리고 잊으며 한 해를 보낼 준비를 합니다. 당신에게 12월은 어떤 달인지요.

 

권애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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