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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배기 손녀 둘을 돌보는 할아버지는 바쁘다. 쌍둥이 부모는 맞벌인 데다 아빠는 주야간 근무가 들쑥날쑥하다. 야간 근무일에는 어린이집에 맡긴 쌍둥이를 데려오는 것부터 내 일이 시작된다. 오후 4시부터 보호자가 오는 대로 퇴원을 시키지만, 3시만 설핏 넘어도 할아버지 마음이 동동거리기 시작한다. 원생들이 모두 돌아가고 쌍둥이만 덩그러니 남아 출입문 쪽을 해바라기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아이 돌보는 일이라야 밥 먹이고, 간식 챙겨주는 것이 주 업무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린이집에서나 제 부모와 있을 때는 어설픈 숟가락질로나마 스스로 잘도 먹는다더니만, 할아버지한테는 떠먹여 달라고 생떼를 부린다. 젖병 물릴 때부터 제비 새끼처럼 받아먹는 것이 귀여워 오냐오냐했더니 나하고 있으면 그 모양이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자라면 버릇이 없어진다고 하는 말이 나오는가 보다.
쌍둥이와 놀아 주는 것도 녹록하지 않다. 놀이방에서 블록 쌓기나 기차 놀이할 때면 끊임없이 말 상대를 해 주어야 한다. 스마트폰을 보여 달라고 조르면, 귀여운 말다툼 끝에 번번이 두 손을 들고 만다. 그래도 말타기를 하자거나 안아 달라고는 하지 않으니 그만한 다행이 없다. 제 아빠처럼 등에 오래 태워 주지 못하니 재미가 없어서 일 것이다. 아니면, 엎드리면서부터 아야야 아야야 하는 할아버지 사정을 봐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쌍둥이 귀에 대고 “할아버지가 많이 사랑하는 것 알지?” 하고 속삭이면, “예, 저도 할아버지 사랑해요.”라고 소곤거린다. 아이 돌보는 게 힘들어도 신을 내며 계속하는 이유다. 살림살이에 보탬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쌍둥이가 나하고 나누었던 밀어(蜜語)를 기억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 훨씬 크다. 아이들이 크면, 애지중지 키웠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고들 한다. 혹 그런들 대수랴, 사랑을 남기고 갈 수만 있다면.
조이섭(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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