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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내려가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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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2-24 07:00:27   폰트크기 변경      
 
 

오솔길을 걷다 걸음을 멈춘다. 저만치에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회갈색 등에 갈색 반점이 뺨에 도드라진 거로 봐 직박구리다. 나무에서 군집생활을 하며 땅 위엔 거의 내려오지 않는 텃새다. 정작 그가 있어야 할 곳은 공중이나 나뭇가지가 아닌가. 한데 차가운 맨땅에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다. 궁금하기만 하다.

 

 언젠가 지도를 보며 섬진강 발원지와 종착지를 눈여겨본 적이 있었다. 물줄기는 전북 진안에서 시작하여 오백 리 길을 굽이굽이 잇다가 광양만을 거쳐 남해로 흘러든다. 그 물줄기를 좇아 바다에 이르는 길목까지 따라가 보고 싶었다. 물길이 밑으로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르는 광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밑으로 흐르지 않은 게 무에 있으랴. 햇살과 달빛, 눈과 비도 밑으로 흘러내린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때가 되면 땅으로 내려오고, 벼 이삭도 시기가 되면 고개를 밑으로 향한다. 나무도 철이 다가오면 잎을 떨어뜨리고 열매조차 지상으로 내려 보낸다. 숨탄것들은 언젠가는 밑으로 내려와 땅에 몸을 누이게 마련이다.

 

 우리 또한 어찌 예외이랴. 한데 오르고도 내려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때가 되면 마음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그 자리를 고수하려고 더 오르려고 물색없이 발버둥 치다가 결국 추한 모습으로 끌려 내려지기도 하니 말이다.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놓치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 오르면 스스로 낮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이다. 높은 곳은 뱃속을 비워야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새가 공중에 떠 있기 위해서는 창자를 비워야 하는 것처럼. 인기척을 느꼈는지 직박구리가 포르릉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다행히 아직은 오르내리기를 연습 중인 모양이다.

 

정태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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