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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3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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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02 07:02:10   폰트크기 변경      
 
 

 노란색 비단 보자기 위로 연둣빛 바람이 분다. 3월은 2월의 끝자락에서 비비적대고 있는 겨울의 야윈 엉덩이를 걷어차고 튀어나온다. 새싹이 불쑥 고개를 내밀 듯, 물이 터져 나오듯 야무지게 웃으며 온다. 여느 계절과 다르게 봄은 특별한 감성을 부른다. 겨울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같기도 하고, 새롭게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 같기도 하다.

 

 봄이 시작되는 3월은 눈을 크게 떠야 하는 시기다. 볼 것이 많아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봄의 어원 중에는 ‘보다(見)’라는 동사의 명사형인 ‘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눈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가 지나면 볕도 한층 따사롭고 땅도 부드러워진다. 나뭇가지에 움이 돋고 꽃가지는 살며시 봉오리를 터트린다. 개울물도 졸졸 까불어대고 새들도 욜그랑살그랑 노래한다. 듣고 볼 게 많아지니 마음도 활발해진다. 봄을 뜻하는 한자 ‘춘(春)’은 상형문자로 만들어진 회의문자다. 뽕나무를 뜻하는 ‘상(桑)’과 해를 뜻하는 ‘일(日)’이 합해진 글자로 뽕나무에서 싹이 돋아남을 의미한다. 영어권의 ‘spring’은 물이 오르고 퍼짐을 뜻하니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고 푸르게 번져남을 상상할 수 있다. 3월이 되면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호둘기바람으로 봄볕을 부르고 싶어진다.

 

 볕이 따사로운 날이면 선명한 기억 한 조각이 떠오른다. 도시에서 수없이 맞이한 봄이 아닌, 어릴 적의 수채화 같은 봄이다. 그림 속 배경은 고향 집 툇마루다. 마당이 있고 담벼락이 있고 감나무와 우물, 바지랑대가 있는 완벽한 봄의 하모니, 그때 툇마루는 최고의 보금자리였다. 장독대 항아리에 햇살이 주르르 미끄러지던 날, 툇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졸음이 쏟아졌다. 달고 아늑한 봄의 맛이었다.

 

 오늘처럼 연둣빛 바람이 부는 날은 마당이 유난히 들썩일지도 모르겠다. 감나무도 몸을 활짝 열고 바람과 밀어를 속삭일 희망의 계절, 3월이 왔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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